'내정 간섭' 폭주하는 머스크…유럽 정상들 "선 넘지마라" 경고(상보)

머스크 "미국이 영국인 해방해야"…극우 지원 노골화
"SNS 소유주가 결정할 일 아니다…심히 우려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7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인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집회에 참석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4.10.2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연일 유럽 정치에 간섭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엔 "미국이 영국을 해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같은 '내정 간섭'에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6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미국이 영국인들을 독재 정부로부터 해방해야 하는지"를 두고 투표해달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현재까지 약 180만명이 투표했으며 이중 찬성이 57.8%, 반대가 42.2%에 달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비난하고 극우 인사를 공격하는 등 영국 정치에 전방위적으로 간섭하고 있다.

앞서 머스크는 스타머 총리가 왕립검찰청(CPS) 청장이었던 시절 영국에서 장기간 벌어진 미성년자 성 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는 비난을 펼쳤다.

또 자신과 관계가 좋았던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에게도 화살을 돌리며 "영국개혁당에는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머스크는 법정 모독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영국의 반이민·반이슬람 운동가 스티븐 약슬리 레넌(가명 토미 로빈슨)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는데, 이에 패라지가 이견을 보이면서 갈라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달에는 총선을 앞둔 독일의 정치에도 간섭한 바 있다.

머스크는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면서 현지 매체에 "AfD가 독일의 희망"이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냈다. 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향해서는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비난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북서부의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노동당 전당대회는 지난 22일부터 열리고 있다. 2024.09.24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이러한 발언에 유럽 정상들은 머스크를 향해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머 총리는 머스크가 "거짓말과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라며 "이러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에게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신년사에서 "독일이 어떻게 나아갈지는 국민들이 결정한다"라며 "소셜미디어 소유주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머스크를 비판했다.

머스크가 직접 언급하지 않은 국가 정상들도 가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머스크를 겨냥해 "1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SNS) 소유주가 새로운 국제 반동 운동을 지지하고 독일을 포함한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도 공영방송 NRK와의 인터뷰에서 "SNS에 대한 엄청난 접근성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자원을 가진 사람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라며 "이건 민주주의 동맹국 사이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