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럭 폭발 후 당국에 데이터 공유…운전자 정보 수집하는 기업들
"운전자가 시위·낙태 클리닉 갔다는 등의 민감정보도 수집 가능"
자동차 기업 25개 중 75%가 데이터 판매·공유…"운전자에겐 양날의 검"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지난 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호텔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이버트럭 폭발 사고 이후 자동차 기업이 운전자에 대해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데이터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이버트럭 폭발 사고 수사를 통해 자동차 회사들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지만 운전자 몰래 도난당하거나 제삼자에 제공될 수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자동차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와 관련된 법 규정은 거의 없다. 또 운전자는 그들이 남기는 방대한 디지털 흔적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영리단체 감시기술 감독 프로젝트 창립자 앨버트 폭스 칸은 이에 대해 "바퀴에 달린 원형 교도소와 같다"고 표현했다. 원형 교도소(panopticon·파놉티콘)는 한 곳에서 내부를 모두 볼 수 있게 만든 구조물을 의미한다. 그는 운전자가 시위나 낙태 클리닉에 가는 등 민감한 정보도 수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미국 비영리 재단인 모질라 재단이 25개 국제 자동차 기업의 데이터 보호 정책을 분석한 결과 그중 75% 이상이 운전자의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절반 이상이 법 집행 기관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운전자가 개인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는 기업은 프랑스 르노와 르노그룹 산하의 다치아 뿐이었다.
일반 차량의 경우 주차 도우미나 내비게이션 기능이 탑재된 차량의 위치 정보와 카메라 영상 등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테슬라는 더 다양한 운전자 보조 기능과 컴퓨터, 미국 각지에 설치된 충전망 등을 통해 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터 수집이 운전자를 보호하고 결함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혁신 연합(AAI)은 2023년 안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맞지만 이 정보가 마케팅에 사용되거나 동의 없이 공유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이버트럭 폭발 사고의 경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수사 당국에 사이버트럭을 운전한 현역 군인인 매슈 리벨스버거가 충전소에서 나오는 영상 등 관련 데이터를 제공했다. 수사 당국은 그의 협조에 감사를 표했지만 일부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은 이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경찰의 디지털 데이터 수사를 연구하는 아담 게르쇼위츠 윌리엄&메리 대학 법학 교수는 편의를 위해 자신이 소유하는 테슬라가 수집한 개인 정보를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사고 직후 너무 빨리 정보를 공유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사이버트럭 소유주로 테슬라 차량과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저스틴 데마리는 머스크가 수사를 도운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 사건이 테슬라가 운전자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개인 정보를 가졌는지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는 자동차 기업의 운전자 데이터 수집이 "양날의 검"이라며 "우리는 사생활 보호를 원하고 우리 데이터가 공유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테러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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