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만평가, 사주인 베이조스 풍자 그림 거부되자 사임

앤 텔내스, 트럼프에 머리 조아리는 미디어 경영자들 그려

미국 워싱턴DC K스트리트에 위치한 워싱턴포스트(WP) 본사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워싱턴포스트(WP)에서 오랫동안 만평가로 활동하고 퓰리처상까지 받았던 만평가가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를 비꼬는 자신의 만평이 신문에 게재되지 않자 사임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WP 만평가 앤 텔내스는 지난 3일 미국 온라인 플랫폼 서브스택의 포스트를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2008년부터 WP에서 일해왔던 그는 "지금까지 펜을 겨누기로 한 사람이나 대상 때문에 만평이 킬(kill·삭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까지는"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만평은 차기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온 억만장자 기술 및 미디어 최고 경영자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평에는 베이조스와 다른 억만장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동상 앞에 무릎을 꿇고 현금 가방을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엎드린 억만장자들은 메타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인데, 이외에도 디즈니를 소유한 ABC뉴스를 가리키는 듯 미키마우스도 엎드려 있었다. ABC뉴스는 최근 트럼프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합의금으로 15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텔내스 만평가는 자신의 그림이 신문에 게재되는 것이 거부당한 것이 "자유 언론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WP 측은 사주를 조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복을 피하기 위해 만평을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만평과 동일한 주제에 대한 칼럼을 방금 게시했고 풍자적인 또 다른 칼럼도 예약했기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텔내스의 만평이 거부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5년에 WP는 텍사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어린 딸들을 원숭이로 묘사한 텔내스의 그림 중 하나를 철회했다. 자사의 편집 정책은 어린이들을 정치 풍자에 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