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호텔 사이버트럭 폭파범 "미, 불치병 걸려 붕괴의 길 가고 있어"
휴대전화 메모 확인…"내가 죽인 사람들 대한 부담 덜어야"
FBI "PTSD 앓았을 가능성…비극적 자살 사건으로 보여"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호텔 앞에서 테슬라 사이버 트럭을 폭발시키고 사망한 미군이 미국의 정치·사회 상황에 대한 불만을 남긴 글이 파악됐다.
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3일 NBC 뉴스 등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메트로폴리탄 경찰국(LVMPD)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 용의자이자 현역 군인(육군)인 매슈 리벨스버거(37)의 휴대전화에서 그의 심경을 짐작할 만한 글을 볼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경찰국은 휴대전화에 있던 두 개의 편지(메모)가 범행의 동기를 시사한다고 전했다.
하나의 메모에서 그는 동료 군인 및 참전 용사와 모든 미국인에게 "깨어날 때"라고 언급하며 그 이유로 "국가의 지도부는 약하고 오직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려고만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메모에서 리벨스버거는 "우리는 미국이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최고의 나라"라며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치병에 걸려 붕괴의 길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테러 공격이 아니라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화려한 광경과 폭력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화약과 폭발물을 이용한 스턴트(stunt·위험한 행위)보다 (현 상황을 알릴)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라고 했다.
이어 "나는 잃어버린 형제들에 대한 내 마음을 정화하고 내가 죽인 사람들의 삶에 대한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인 스펜스 에번스는 군(軍)과의 협의를 통해 리벨스버거가 PTSD를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관들은 가족 문제나 개인적인 불만이 그의 삶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에번스는 리벨스버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적대감은 없었다면서 "비극적인 자살 사건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행 장소가 트럼프 호텔 앞이었던 만큼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범행 동기가 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또 이번 사건과 같은 날(1월 1일) 벌어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의 픽업트럭 테러 사건과 연계성이 의심됐던 가운데 에번스는 "어떤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벨스버거는 미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 베레'(Green Beret) 소속으로 콩고,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 배치된 적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독일에서 근무를 마친 뒤 돌아와 승인된 휴가를 보내고 있었으며 지난 1년간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리벨스버거가 벌인 폭발 사건으로 인근에 있던 7명이 다쳤으며 리벨스버거는 차량 폭발 전 본인 머리에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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