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는 서학개미 "한국 주식 만성적 저평가에 미 증시로"
테슬라·엔비디아 인기…애플과 MS 주식도 사들여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두 번째 임기에도 미국 주식시장 랠리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미국 주식으로 몰려들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수년간 부진한 국내 주식 시장에 실망을 느껴 이같이 미국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1121억 달러(약 164조원)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된 주식 5조4000억원(36억달러)어치를 팔아치워 지수를 10% 하락시켰는데 이와 대조된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주식은 테슬라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월 X에 올린 글에서 한국인을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지난달 기준 한국 개인은 총 245억 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로는 엔비디아 121억 달러, 애플 49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32억 달러 순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의 미국 주식 선호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MSCI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10년 총주주 수익률은 일본의 10%, 미국의 13%에 비해 5%에 불과하다. 한국의 일평균 거래대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는 14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만성적인 저평가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좌절해 더 높은 수익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FT는 코스피 기업 중 약 3분의 2가 주가순자산비율 1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해당 기업의 가치가 명시된 순자산보다 낮음을 의미한다.
침체한 주식 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당국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라는 기업 가치 평가 기준을 강화한 새로운 주가지수를 내놓았다. 이 지수는 100개의 우수 기업으로 구성되며 수익성, 주주 환원, 자본 효율성 등을 지수에 반영한다. 하지만 이 지수 도입이 지난해 2월 발표된 이후 한국의 2600개 상장 기업 중 3.9%만이 이 밸류업 지수에 가입했거나 가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한 남성은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강력한 조치가 없으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가치 향상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가치 죽이기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작은 생명공학 회사에 6억원을 투자했는데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면서 기업 그룹의 창립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법률 및 규제 체제 때문에 한국의 가치평가가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또 최대 65%인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가족 경영 대기업의 지배 주주가 계열사 주식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주주 이익을 옹호할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회장은 "당국이 (기업 가치) 재평가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관련 세법을 개혁해야 한다"며 "지배주주가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세금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식은 영원히 오를 수 없다. 국내 시장이 바닥권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지금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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