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사망' 지미 카터, 부고 써둔 기자들이 먼저 사망했다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최근 100세로 사망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고 기사가 언론을 장식했지만 정작 이 기사들을 쓴 기자들이 카터보다 먼저 유명을 달리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보통 언론사들은 유명인의 부고 기사(obituary)를 먼저 써놓기에, 이미 수십 년 전 카터의 부고 기사는 작성되었는데 그사이 기자는 사망하거나 전직한 것이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됐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사망하자 전 세계 언론은 그의 삶과 경력을 자세히 설명하는 상당한 분량의 부고 기사를 재빨리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래리 아이첼이라는 전직 기자가 약 35년 전에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 재직하면서 써놓은 것이었다.
유명 인사가 사망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그의 약력, 개인 정보, 경력을 정리하는 기사를 써놓는 것은 언론사의 오랜 관행이다. 현재 인콰이어러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는 아이첼의 딸 몰리 아이첼은 이날 소셜 미디어에 아버지가 2008년에 인콰이어러를 떠났으며, 30일에 인쇄된 카터의 부고는 퇴직 16년 만에 실린 그의 기사라고 전했다.
아버지 아이첼은 1990년에 이 부고 기사를 작성하도록 요청받았던 것을 회상했다. 그는 "나는 정치 기자였는데 당시에는 닉슨, 포드, 레이건, 카터 등 네 명의 전직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서 "한 편집자가 '이들 모두에 대해 미리 부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그 후) 확실히 나머지 3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사용되었다"고 회상했다.
부고 기사를 써놓은 기자 중에 이미 유명을 달리한 이들도 많았다. 카터 부고에 이름을 올린 전 뉴욕타임스(NYT) 기자인 로이 리드는 2017년 사망했다. 카터 집권 당시 백악관 특파원이었고 WP 카터 부고 기사에 이름이 올라간 에드워드 월시는 2014년 사망했다. 영국 가디언의 부고 기사는 당시 워싱턴 특파원 중 한명이었던 헤럴드 잭슨이 썼는데 그 역시 2021년 사망했다.
가디언의 부고 담당 편집자는 "독자들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항상 업데이트할 수 없기에 이미 쓴 것을 이용하는 경우가 항상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기 팀은 유명인이 70세가 되자마자 부고 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해, 현재 약 2000개의 부고 기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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