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력 복원 나홀로 안되는데…韓 탄핵정국 궁금할 트럼프[워싱턴브리핑]

첫 집권 때 해군력 증강 계획 '배틀 포스 2045' 발표, 해운산업도 재건 추진
"對중국 전략, 강한 군사력 뒷받침돼야"…韓 불안정, 압박 전선 균열 초래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 포인트 USA의 아메리카페스트 행사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마저 지난 27일 국회에서 가결되며 한국의 정치적 혼란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워싱턴DC를 찾은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을 만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의 안정적인 운영을 확신한다"라고 말한 지 불과 사흘 만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수반이 '권한 대행'일지라도, 한미 간 동맹과 관련한 협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미국 행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불과 보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정부 수반이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로 바뀌는 등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상당한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대화 상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이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은 내달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일인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추진할 각종 공약이 한국의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친환경정책 축소 등을 예고했는데, 이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미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확대 등의 미국 통상정책 변화가 주요인으로 꼽힙니다.

또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는 한국과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국 측 부담확대를 요청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직접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안보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1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는 것 외에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트럼프의 동향을 궁금해하는 만큼이나 트럼프 역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집권 때 대(對)중국 견제를 한층 강화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트럼프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한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여기에는 한국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지난 11월 14일 한미일 3국 합동 군사훈련인 프리덤 엣지(Freedom Edge)를 위해 동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미국은 이미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조선업 쇠퇴에 따른 해군력의 급속한 약화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워싱턴DC에서 만난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 중에는 많게는 10개가 넘는 독(dock)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있는 반면,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는 2개의 낡은 독 이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라며 "미국 조선업의 붕괴가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는 꽤 오래전부터 이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첫 출마를 준비하며 2015년 출간한 저서 '불구가 된 미국 :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대중국 정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만능 외교정책은 없다. 모든 것은 강한 군대로부터 시작된다"라고 강조한 뒤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첫 집권 당시인 2020년 10월 해군력 증강 계획인 '배틀 포스 2045'를 발표합니다. 이 계획은 2035년까지 통상함정 보유 척수를 355대로 유지하고, 2045년까지는 유인 및 무인 함정을 500척 체제로 개편한다는 내용입니다.

미 조선업의 쇠퇴는 해군력뿐만 아니라 해운 산업의 쇠퇴로도 이어져 미국 국적 상선은 80척 수준이지만, 중국은 5500척으로 미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초당적 협력으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도 최근 발의하게 이르렀습니다.

이를 통해 10년 내 미국 국적 선반을 250척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인데, 이 역시 한국 조선사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지난달 6일 대선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윤석열 대통령과의 12분간 전화 통화 중에서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국민 담화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해군력의 복원이 시급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진행 속도나 투자 규모 등 협업의 내용을 논의할 한국 측 상대가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바뀔지가 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국에 친화적인 성향이며, 이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전선에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보수성향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나옵니다.

이미 손을 내민 트럼프가 카운터파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현재는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한국 역시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 국영방송 VOA에 최근 출연해 "트럼프 취임 전에 한국이 명확하게 무언가를 하고 신호를 보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가능한 한 친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한국의 입장을 지키고 시간을 두고 지켜보라"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직 출범 전이고, 한국은 계엄령 후 거듭된 탄핵안 가결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집권 때인 2020년 9월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 있는 USS 배틀쉽 노스캐롤라이나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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