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민주당은 옛말"…트럼프 2기 행정부서 '인도계 부상'
[트럼프 시대]미국 정치 지형 변화 시사…아시아계 유권자 '우경화'
미국, 중국과 긴장 속 인도와 '우호적 관계' 형성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인도계가 부상하는 모습이다. 미국 내에서 인도계가 주로 민주당 성향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도계인 비벡 라마스와미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정부 효율부 수장을 맡은 가운데 카쉬 파텔 전 국가정보국(DNI) 선임 고문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지명됐다.
또한 하미트 딜런 공화당 전국위원을 법무부 시민권국 국장에, 제이 바타차리아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국립보건원(NIH) 원장에 지명했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아내인 우샤 밴스도 인도계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인도계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정치 성향은 민주당 성향이 짙다. 이에 인도계 미국인가 이에 반 이민 정책과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 등을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것은 의외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도계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지명되는 것을 두고 정치 지형의 변화를 시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NBC 뉴스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AAPI)이 실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인도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감소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투표했다고 밝힌 인도계 유권자는 77%였으나 지난 9월 조사에선 힐러리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인도계 유권자는 69%로 줄었다.
또한 미국인 유권자의 정치 성향이 3.2%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에 비해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은 5%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더 우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틱 라마크리슈난 AAPI 데이터 설립자는 "트럼프는 18~34세 인도계 미국인, 특히 인도계 미국인 남성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며 "라마스와미와 카쉬 파텔 같은 미국에서 태어난 젊은 남성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최근에 귀화한 외국 태생의 젊은 남성도 포함되며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시 데사이 트럼프 인수위 대변인은 NBC 뉴스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4년간의 경기 침체, 무제한 불법 이민,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적인 무능에 지친 인도계 미국인들이 역사적인 숫자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의제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미국 정치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계 미국인들은 1960~1970년대 이민 온 이들의 자녀들로 당시 이민 온 이들은 브라만(카스트제도 최상위 계급) 등 인도 내에서 특권층이었다.
게다가 인도계 미국인 중 77% 이상이 학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 평균 소득이 높은 축에 속한다는 점에서 공화당의 정책과도 맞았을 것으로 평가된다.
뉴저지 드류대학교의 상가이 미슈라 부교수는 "카스트 특권은 그들의 특권의 일부"라며 "이러한 특권은 세계를 매우 보수적이고 위계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인도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점도 한 몫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마크리슈난은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심화되면서 중국계 미국인들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에 비해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하기가 더 어려워진 반면 트럼프는 인도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인도와 힌두교 커뮤니티는 백악관에 진정한 친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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