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3명 중 1명만 "나라 자랑스러워"…국가 자부심 급락[통신One]

젊은 세대·저소득층·이민자들 사이 애착 감소
지역적 단절과 경제 위기가 주요 요인

캐나다 국기.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인의 국가적 자부심과 정서적 애착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 그리고 최근 이민자 그룹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져, 이는 캐나다가 직면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통계상의 변화가 아니라 캐나다 사회의 핵심적인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팬데믹이 사람들 간의 거리감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답했으며, 61%는 팬데믹 이후 캐나다인들 간의 연민이 약화하였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서는 단순한 개인 간의 관계 악화뿐 아니라 지역적,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확산하며 국가적 자부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앨버타와 서스캐처원 같은 대초원 지역에서 나타난 지역적 갈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 지역에서는 최근 연방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주권 동의안"이 통과되며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연방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의 생활 방식과 경제적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캐나다 전체에 대한 애착 역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요인 또한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폭등하는 인플레이션과 의료 서비스의 위기가 국민 삶의 질을 크게 저하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국민이 느끼는 국가적 자부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은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5년 이후 캐나다인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78%에서 34%로 감소했다. 2024.12.15/<출처: Angus Reid Institute>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에 따른 국가적 자부심의 차이는 뚜렷하다. 54세 이상의 남성과 여성 중 각각 68%와 71%가 캐나다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나, 35세 미만의 여성은 41%, 남성은 48%만이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하며 세대 간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 역시 두드러진다. 가계 소득이 25000달러(약 25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에서는 캐나다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응답이 48%에 불과했으나, 20만 달러(약 2억 원) 이상의 고소득층에서는 65%가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민자 그룹에서 변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캐나다에 거주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이민자 중 46%만이 캐나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이는 2016년 75%에서 급격히 감소한 수치다.

새로 정착한 이민자들은 캐나다를 좋은 생활 수준을 제공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나, 정서적 애착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들이 꼽은 캐나다에 대한 주요 애착 이유는 "좋은 생활 수준"으로, 이는 전체 응답자 평균인 37%를 훨씬 웃도는 51%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퀘벡 주민들이 캐나다에 대해 가장 낮은 정서적 애착을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퀘벡 주민 중 캐나다에 정서적 애착을 느낀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이 캐나다가 좋은 생활 수준을 제공한다고 평가하는 비율은 44%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앨버타는 지난 몇 년간 경제적 위기와 환경 문제로 인해 "깊은 정서적 애착"을 느낀다는 응답이 20포인트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를 넘어 캐나다의 국가 정체성과 국민 통합에 대한 심각한 도전을 나타낸다. 사회적, 경제적 갈등과 더불어 세대와 소득, 이민자 그룹 간의 간극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는 캐나다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적 갈등을 완화하고 세대 간, 소득 계층 간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민자들이 캐나다 사회에 더 깊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접근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캐나다의 국가적 자부심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 통합과 사회적 결속을 위한 핵심 요소이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는 단지 한 지역이나 세대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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