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보험 든 뒤 익사 위장하고 동유럽으로 도주한 남성, 자진 귀국
5억 짜리 넘는 생명보험금 들어놓고 캐나다·프랑스 거쳐 조지아행
남성 "2주 정도만 찾고 포기할 줄 알았다"…보안관 "잘못 걸렸다"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호수에서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던 남성이 자진 귀국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그린레이크 카운티 보안관 마크 포돌은 지난 8월 실종 신고된 라이언 보그와트(45)가 10일 미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보그와트는 지난 1월 37만 5000달러(약 5억 3700만 원) 짜리 생명 보험금을 들었다. 그러면서 실종되는 방법이나 죽은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 등도 조사했다.
8월 8일쯤 보그와트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일요일인 11일 날씨가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또 외국 은행 계좌로 돈을 옮기고 도피에 필요한 현금으로 5500달러(약 788만 원)를 챙겼다.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한 여성과도 자신의 계획에 대해 소통했다.
11일 오전 보그와트는 가족과 교회 예배를 드린 후 혼자 집에서 약 80㎞ 떨어진 그린 레이크 호수로 향했다. 이 호수는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깊은 호수다. 이후 그는 카약을 타고 호수 가운데로 노를 저어 나아간 뒤 카약을 뒤집고 그의 휴대폰과 지갑, 집 열쇠 등도 떨어뜨렸다.
이후 그는 챙겨온 고무보트로 호숫가로 돌아온 다음 사전에 준비해 놓은 전기 자전거로 약 113㎞를 이동해 매디슨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뒤 13일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검문 중 그는 여권은 있었으나 운전면허증이 없어 다른 입국자들로부터 분리됐지만 결국 입국이 허용됐다.
보그와트는 토론토 공항으로 이동한 다음 에어프랑스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비행기 안에서 그는 컴퓨터로 위스콘신에 별다른 소식이 없는지 확인했다. 파리에 도착한 이후 그는 조지아로 향했고 그곳에서 그와 소통해 오던 여성과 만났다. 그는 외국에 있는 동안 며칠에 한 번씩 위스콘신 소식을 확인했다. 이때 그는 위치가 드러나지 않도록 가상사설망(VPN)을 써서 검색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한편 미국에서는 뒤집힌 보그와트의 카약과 지갑, 열쇠, 면허증이 발견됐다. 이후 수사 당국은 수색을 벌였으나 당연히 그를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수중 수색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브루스 레거시'의 도움도 받았다.
그러던 중 수사 당국은 10월 캐나다로부터 보그와트가 국경을 넘었다는 통보를 받고 그의 컴퓨터를 더 자세히 조사했다. 그 결과 보그와트는 실종된 날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교체했고 인터넷 방문 기록도 지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 당국은 지난달 11일 보그와트와 함께 있던 여성을 통해 그와 연락이 닿는 데 성공했다. 이후 거의 매일 보그와트와 소통했으며 그가 3명의 자녀를 비롯한 가족과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당국은 결국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으나, 포돌은 그가 떠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돌아온 이유에 대해 "그 가족 아닐까"라고만 말했다.
보그와트는 수사 당국이 약 2주 정도만 수색하고 포기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포돌은 이에 대해 "보안관을 잘못 골랐다"고 일침을 놓았다.
보그와트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유죄를 받으면 최대 1만 달러(약 1400만 원)의 벌금형과 징역 9개월에 처해질 수 있다. 카운티는 또 그의 수색 비용에 들어간 비용도 청구할 예정이다.
브루스 레거시 대표인 케이스 코르미컨은 보그와트를 수색한 2주 동안 장비 파손 등으로 인해 약 1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성공률은 꽤 높다"며 "그(보그와트)를 찾지 못하자 내 능력을 의심하게 됐고 잠도 잘 못 잤다"고 덧붙였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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