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 '보수 성향 장남에 지분 몰이' 유언신탁 변경 제동

"신의성실 의무 위반…신중하게 만들어진 가장극"
보수 편집 방향 유지 위해 시도…중도파 자녀들 반대

루퍼트 머독 전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2017.09.1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이 보수 성향의 장남에게 지분을 몰아주려고 상속 계획을 변경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 신탁 감독관은 최근 머독과 장남 라클런이 낸 가족 신탁 변경 요구를 거부했다.

신탁 감독관은 머독과 라클런이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배해 취소할 수 없는 신탁을 바꾸려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관은 이번 변경 계획이 "라클란 머독의 임원 역할을 영구적으로 굳히기 위해 신중하게 만들어진 가장극이었다"라고 전했다.

신탁은 위탁자가 계약에 의해 자기 재산을 수탁자에 이전시켜 수탁자가 그 재산을 관리 또는 처분하는 제도다. 영미권에서는 재산상속에 자주 활용된다.

현재 머독의 가족 신탁은 머독 사망 시 가족 사업의 지분을 라클런을 포함해 네 자녀가 동등하게 넘겨받고 회사의 운영에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머독은 보수 성향의 장남에게 방송국과 신문사를 향후 보수적인 방향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도록 지난해부터 가족 신탁 변경을 시도해 왔다.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각종 미디어가 보수적인 편집 방향을 유지해야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머독과 라클란에 비해 중도적 정치 성향을 가진 다른 자녀들은 반대하고 있다.

호주 출신의 머독은 WSJ과 폭스뉴스, 더 탕미스 등 다수의 영미권 대형 언론사를 소유한 미디어 재벌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