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전문지 "尹 '친위쿠데타' 실패…한·일 화해 美중재 노력 약화"

"전두환 계엄령 기억에 한국에서 매우 인기 없는 개념"
대북 강경 입장 등 외교 성과 훼손…"국내 정치적 손실"

비상 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6시간여 만에 종료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폭풍으로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한국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 항의하기 위해 대규모로 모인 상태로 그가 (직에서) 떠날 때까지 거리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3일(현지시간) FP 부편집장 제임스 팔머는 "계엄령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없는데, 1980년 전두환 군사독재 하에서 계엄령이 사용됐던 것을 기억하는 노년층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짚었다.

그는 "1980년 5월 한국 군부는 광주에서 수많은 시위대를 사살했으며 이 사건(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현재 한국에서 기념일로 지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팔머는 "한국은 독재정권 하에서의 생활 경험, 수십 년에 걸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반대 시위,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린 1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대중 운동(촛불시위) 등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정교한 시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팔머는 또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매우 예상치 못한 조치였다"며 "지난 4월 한국 총선 이후 위기에 처한 인기 없는 정치인이 필사적으로 선택한 조치였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현직 지도자가 권력을 장악하는 '친위 쿠데타'(self-coup)를 시도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러나 한국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사태는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석열퇴진대전운동본부와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4일 오전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팔머는 또 이번 조치에 반대한 여당(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에 대해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후배였으나 지난해부터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했다"며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300명의 의원 중 200명이 찬성해야 가능한 대통령 탄핵에 야당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고까지 전망했다.

팔머는 그러면서 미국 중도 성향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로버트 매닝 연구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매닝은 "이번 조치(계엄)가 2027년 청와대(대통령실) 입성을 위해 유리한 입장에 있는 야당에 더 많은 추진력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팔머는 윤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 덕분에 워싱턴에서 입지를 가지는 등 일부 외교적인 면에서 성과가 있었으나 이번 조치로 이런 부분이 훼손됐다는 취지로도 언급했다.

그는 "쿠데타 실패의 결과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국과 일본 간 화해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는 국내(한국) 정치적으로도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