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에 놀란 캐나다 총리, 트럼프에게 '국경통제 강화' 약속
관세 엄포 나흘만에 마러라고 찾아가 3시간 대화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캐나다가 장기간 무방비 상태였던 국경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엄포 나흘 만에 캐나다 총리가 당선인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찾아가 결국 고개를 숙인 셈이 됐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캐나다 방송에 출연해 두 사람이 캐나다가 도입할 추가 국경 보안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리는 추가 드론, 경찰 헬리콥터 등을 확보하고 인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우리는 국경이 안전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인들과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눈에 보이는 강력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캐나다는 양국 경제가 얼마나 상호 연결되어 있는지를 고려할 때 관세가 양국 모두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이 이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두 나라가 이민자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고, 단속을 잘할 때까지 이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에 지난달 29일 급히 트럼프 당선인이 있는 플로리다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났다. 캐나다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수출의 75%가 미국으로 향하기에 높은 관세는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트뤼도 총리는 마러라고에서 저녁 만찬을 포함해 약 3시간 동안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블랑 장관은 이번 만찬이 매우 따뜻하고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만찬이 끝나자, 트럼프 당선인이 트뤼도 총리의 차로 같이 걸어가며 총리에게 "계속 연락하자. 언제든지 전화하라. 곧 이야기 나누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뤼도 총리의 이번 일정은 사전에 공개된 일정도 아니었고 방문 자체도 비행기의 동선을 추적한 한 캐나다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이날 두 사람의 분위기는 좋았다지만 대체로 이전에 두 사람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가 2022년 국경을 넘어 운행하는 트럭 운전사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요구하자 트럼프는 그를 '극좌파 미치광이'라고 불렀다. 두 사람의 갈등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2018년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였다. 트뤼도 총리는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는 트뤼도를 "매우 부정직하고 나약하다"고 비난하며 회의 공동 성명을 철회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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