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에 내년 세계경제 어디로…떠나지 않는 인플레 망령[딥포커스]

GS "디스인플레 추세 지속…견조한 성장 유지"
"트럼프 정책 인질…매파적 무역정책에 소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우주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우주선 스타십의 여섯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빨간색 ‘MAGA 모자’를 쓰고 지켜보고 있다. 2024.11.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세계 경제를 지배할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팀 인선을 마무리 짓는 동시에 취임 2달을 앞두고 주요 무역국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예고했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언제든지 입장을 조정할수 있지만 보호무역 기조를 전면에 내놓고 있는 만큼 미국의 관세가 현실화할 세계 경제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희망과 공포가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역 불확실성은 매우 높지만 내년에도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이 탄탄한 성장세를 주도한다는 기대와 다른 지역의 거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며 미국 성장을 끌어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디스인플레 추세 지속…견조한 성장 유지"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전망보고서에서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2%로 올해 3.3%에서 약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성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면서 미국 경제가 유럽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을 상쇄해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고 IMF는 기대한다. 분쟁과 이상 기후 등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은 여전하지만 인공지능(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반도체, 전자제품 수요가 세계 경제를 뒷받침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내년 탄탄한 성장세를 전망했다. 내년 세계 총생산(GDP)은 연평균 2.7% 성장해 올해와 동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의 얀 하츠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일 '트럼프 관세 순풍'이라는 제목의 2025 거시 전망에서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하락 추세를 보이며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하츠우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성장을 낙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최근 2년 사이 급격하게 둔화한 미국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미국에서 물가 인플레이션이 임금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졌기 때문에 실질 소득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금리 인하가 이뤄지며 간접적으로 수요를 지지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무역정책이 자국 GDP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고 감세, 규제 완화, 기업 투자 등으로 인해 대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전망에서 새 무역정책이 내년 미국 GDP에 끼치는 손실은 0.2%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생산성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하는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책 인질…매파적 무역정책에 소비 압박"

하지만 트럼프의 2기 행정부가 관세 위협으로 거대한 금융 시곗바늘을 움직이며 글로벌 경제에 하방압력을 가한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국제신용평가업체 S&P는 당장 내년 1분기 트럼프의 취임과 동시에 세계 경제가 급변할 위험에 주목했다. 지난 27일 S&P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거시 경제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표현하면서 "미국의 재정, 무역, 이민 정책의 잠재적인 큰 변화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불확실성"이라고 경고했다.

S&P는 트럼프의 정책이 창출할 긍정적 성장 효과는 미미하고 인플레이션 압력만 높일 위험에 주목했다. 트럼프의 관세가 소비자 가격인상으로 직결되면 가까스로 잡은 인플레이션이 튀어 오르며 연준이 금리인하를 조기에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금융여건이 더욱 조이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다른 지역의 거시경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S&P는 우려했다. S&P는 "미국의 무역정책이 트럼프 선거 공약대로 시행될 경우 훨씬 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변동성이라는 점에서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역시 27일 보고서에서 "미국 대선 결과는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책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부과와 이민 제한이 시행되면 2025년 경제가 둔화하고 2026년에는 더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정상화했지만 그 진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매파적 무역 정책이 소비 지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의 카펜터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카펜터는 "새 행정부의 첫 번째 관세는 대부분 중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다른 나라 상품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판매자의 비용 증가는 가격 상승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므로 2025년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회복되어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고 생산과 고용도 줄며 2026년부터는 성장 둔화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