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성 보호소 비상, 매일 900명 넘게 문전박대[통신One]

매년 34만 명 보호소 이용 거부당해…장기 체류· 예산 부족 탓

앨버타주 세인트 폴에 있는 여성 보호소의 모습.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며, 여성과 그녀와 함께 동행한 자녀를 함께 지원, 상담 및 옹호를 포함하여 가족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받게 된다. 2024.11.25/ <출처: Alberta Council of Women's Shelters 홈페이지>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전역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여성·아동 보호소가 침대 부족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여성 전국 주택 및 노숙자 네트워크(WNHHN)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약 699명의 여성과 236명의 아동이 보호소의 수용 한계 탓에 거부당하고 있다. 이는 매년 약 34만 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보호소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약 500여 개의 여성 보호소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보호소 대부분이 수용 인원을 초과한 상태로, 시설을 찾는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 관계자는 "보호소 침대의 가동률이 이미 110%를 넘었다. 자원이 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침대 부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보호소에 머무는 피해자들의 장기 체류다. 최근 보고서는 보호소 이용자들의 평균 체류 기간이 50일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적 불안정과 저렴한 주택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피해자들이 보호소를 떠난 뒤 머물 수 있는 대체 주거지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온타리오주에서는 보호소를 떠난 여성의 약 30%가 결국 다시 노숙 생활을 시작하거나 폭력의 위험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있다.

재정난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캐나다 대부분의 여성 보호소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으나, 물가 상승과 운영 비용 증가로 인해 보조금만으로는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보호소는 기부금 감소로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몰려 있다.

토론토 소재의 한 보호소 운영자는 "지난해 정부 지원금으로 받았던 예산은 약 50만 달러(약 5억 원)였지만, 실제 운영에 필요한 금액은 75만 달러(약 7억 5천만 원) 이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보호소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주거 불안정을 넘어 피해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떠났던 한 여성이 보호소에 빈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고, 결국 다시 가해자에게 돌아가 목숨을 잃었다.

아노바(Anova) 보호소는 지난해 약 2300명의 피해자를 수용하지 못했다. 관계자는 "폭력을 피해 나온 여성들에게 보호소조차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은 매우 비극적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피해자들을 보호하려는 시스템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오타와에서는 피해자들을 위한 10개의 새로운 아파트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단기 주거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력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여성 전국 주택 및 노숙자 네트워크는 정부가 보호소 지원 예산을 50% 이상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이 더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주택 공급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매일 침대 부족으로 쫓겨나는 900명 이상의 피해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라는 목소리에 정부와 지역 사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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