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파워가 곧 정치적 파워"…트럼프의 'TV쇼 출신' 사랑

폭스 관련인도 대거 인선…"일종의 국영 매체로 기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우주 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우주선 스타십의 여섯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빨간색 ‘MAGA 모자’를 쓰고 지켜보고 있다. 2024.11.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TV쇼 진행자 등 미디어를 통해 얼굴을 알린 이들이 대거 포진돼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9일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 수장에 유명 건강 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의 진행자인 메멧 오즈 박사를 지명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국방부 장관에 폭스뉴스 앵커 피트 헤그세스를, 교육부 장관에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린다 린다 맥맨을 지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대사에는 2008~2015년 폭스방송에서 '허커비쇼'를 진행한 마이크 허커비 아칸소 주지사를, 교통부 장관에는 폭스 비즈니스에서 진행자로 활동한 숀 더피 전 하원의원(위스콘신)을 지명했다. 더피 전 의원은 1997년 미국 MTV 쇼 '리얼 월드: 보스턴'에 출연하며 인기를 끈 인물이기도 하다.

AFP는 이들의 이력을 전하며 "모두 공공 서비스에서의 실적보다는 미디어 프로필로 더 잘 알려져 있다"며 "이는 상원이 장관 임명을 고려할 때 오히려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도 TV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2004년에서 2015년까지 방송된 '어프렌티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사업가 시절을 담고 있다. 연봉 25만 달러(약 3억4000만 원)의 트럼프 계열사 인턴십을 두고 경쟁하는 직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을 성공한 기업인으로 각인시켰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프로그램에서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인기를 얻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국방장관으로 피트 헤그세스를, 보훈부 장관에 더그 콜린스를 지명하며 주요 행정부 요직에 TV 출신 인물을 선택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가 중시하는 공통적인 특성이 하나 있다"며 바로 TV경험"이라고 짚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트럼프는 TV쇼를 캐스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시립대의 준교수이자 '폭스 포퓰리즘'의 저자 리스 펙은 AFP에 "트럼프는 미디어의 창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거기서 얻은 교훈은 미디어 파워가 정치적 파워라는 것"이라며 "미국 역사상 트럼프보다 그 철학을 더 잘 따르는 정치인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택한 인물들이 대부분 보수 매체 폭스와 관련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진보 성향 미디어 감시단체 '미디어 매터스(MediaMatters)'의 수석 연구원 매슈 거츠도 "폭스 뉴스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를 지원하는 최대의 네트워크"라며 "트럼프 행정부 동안 그를 끊임없이 칭찬하고, 그의 적을 공격하는 일종의 국영 TV매체로 기능했다"고 주장했다.

펙 교수도 "폭스 뉴스는 여전히 보수적 미디어 환경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의제를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