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사퇴했지만…또 다른 성비위 국방지명자 헤그세스 어쩌나

[트럼프 시대]당황한 트럼프 인수위 '경찰 보고서 헤그세스에게 공유된 것 몰랐다'
게이츠 닮은꼴 헤그세스…공화 상원서 3명만 이탈표 나와도 낙마 우려

지난 2017년 4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당시 폭스 앤 프렌즈 공동 진행자로 활동한 2기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 지명자인 피트 헤그세스와 인터뷰 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2기 트럼프 내각 인선에서 장관 후보자 2명이 연이어 성범죄에 연루됐다. 맷 게이츠 미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가 낙마한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까지 성추문에 휘말리자 정권 인수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수팀은 헤그세스의 성폭행 혐의 조사 내용이 담긴 22페이지 분량의 경찰 보고서가 공개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보고서에는 헤그세스가 2017년 10월 7일 캘리포니아 공화당 여성 연맹이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 이후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사건은 여성이 성폭력 검사를 요청하기 위해 방문한 진료소의 간호사가 경찰 신고를 하며 조사가 시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호텔 방에 나가려는 여성을 물리적으로 막고, 휴대전화를 빼앗은 다음 여성의 의사에 반해 성폭행을 가한 것으로 서술됐다.

인수팀은 인선 과정에서 해당 보고서 사본이 헤그세스에게도 공유됐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WSJ에 "이것은 사람들이 속수무책(blindsided)으로 당한 또 다른 사례이기 때문에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여전히 헤그세스 뒤에 서 있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고 언론 보도, 특히 TV 보도가 나쁘게 나오면 트럼프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인수팀은 트럼프 당선인과 발맞춰 공식적으로 헤그세스 편을 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경찰이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헤그세스가 상원을 뚫고 장관직에 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3대 47로 공화당이 우위를 차지한 새 상원에서 모든 민주당 당원이 반대한다는 가정하에 공화당이 수용할 수 있는 이탈 표는 단 3표다.

맷 게이츠 미국 하원의원이 지난 7월 1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서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게이츠는 21일(현지시간)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인준이 불투명해지자 전격 사퇴했다. 2024.11.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일각에서는 미성년자 성매매 및 마약 혐의가 제기된 게이츠가 자진사퇴 하면서 남은 지명자들은 무리 없이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게이츠는 헤그세스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며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게이츠는 상원 인준에서 필요한 표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텍사스주의 존 코닌 상원의원은 그가 인준을 통과할 만큼의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히 명백하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상원 인준에서 막힐 것을 고려해 먼저 발을 뺐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게이츠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환영하기도 했는데, 마크웨인 멀린 의원(오클라호마)은 "아마도 좋은 결정일 것"이라 했으며 미치 매코널 의원(켄터키)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게이츠의 낙마는 공화당이 '노(NO)'라고 말하는 것이 트럼프에게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잘 되길 바라는 상원의원들은 그(지명자)의 기록을 살펴보고, 유능하고 자제력 있으며 증거를 선별할 수 있고 진실을 말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여야 한다는 결심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상원의원들은 트럼프의 지명자들을 고려할 때 단순히 내각 구성원의 직무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공직에 관해서도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문제 후보'는 게이츠, 헤그세스 외에도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한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코로나 팬데믹 때 대체의학을 주장한 메메트 오즈 의료보험·의료보험 서비스센터(CMS)장 지명자 △백신 음모론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 등이 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