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청소년, 운전면허로 홀로서기 첫걸음…부모는 픽업 졸업[통신One]

캐나다 운전면허, 16세부터 도전 가능…단계별로 취득

캐나다에서는 16세가 되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겠 되고 각 단계를 거쳐 최종 면허를 획득하게 된다. 2024. 11.21/ <출처:Arrive 홈페이지>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선글라스를 멋지게 끼고 스포츠카나 픽업트럭의 창문을 살짝 내린 채 여유롭게 학교로 들어서는 학생들. 그리고 하교 시간에는 옆자리에 여자 친구를 태우고 음악까지 틀며 퇴장하는 모습.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장면은 어딘가 영화 같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내가 이 장면들을 실제로 캐나다 고등학교 근처에서 자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대학생쯤 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백팩을 메고 후드티를 입은 앳된 얼굴들. 고등학생들이었다니! "정말로 저 나이에 저렇게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다고?" 나는 문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침 등교 시간이 되면 학교 주차장에 차를 몰고 들어오는 학생들로 붐비고, 하교 시간에는 '누가 더 멋지게 차를 몰고 나가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운전면허는 단순한 자격증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도 이제 수능 시험이 끝났으니, 운전면허를 따려는 학생들이 많겠다. 이곳에서 운전면허는 특히 고등학생들에게 성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과정이자, 자립심과 책임감을 키우는 중요한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도로 위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둥지를 떠나 날개를 펼치는 새들을 떠올리게 한다.

캐나다의 운전면허는 주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단계적인 취득 과정을 거친다. 온타리오주에서는 G1, G2, 그리고 최종 단계인 G 면허라는 세 가지 단계를 밟아야 한다. 이 체계는 청소년들이 도로 위에서 점차 경험을 쌓으며 안전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먼저, 학생들은 G1 면허라는 첫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G1 면허는 필기시험을 통해 취득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여러 제한이 따른다. 운전할 때는 반드시 경험이 많은 성인 운전자가 동승해야 하고, 고속도로 주행은 금지된다.

특히 저녁 12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는 운전이 금지되며, 혈중알코올농도를 0%로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규정들은 초보 운전자가 자칫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이후, 약 1년의 연습을 거쳐 G2 면허를 취득하면 혼자서도 운전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G2 면허는 고속도로 주행도 허용되지만, 여전히 젊은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제한이 따른다. 그리고 최종 단계인 G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도로 주행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이때 비로소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 완전한 독립 운전자로 인정받는다.

이웃집 고등학생이 처음 G1 면허를 따고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운전 연습을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핸들을 꼭 쥐고 긴장한 얼굴로 서툴게 출발하던 모습은 마치 처음 걸음을 떼는 아이를 보는 듯했다.

학생도 긴장하고, 부모님도 내심 불안한 듯했지만, 서로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놀이를 함께하던 시절은 지났지만, 이제는 운전을 가르치며 또 다른 방식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저 운전 기술을 익히는 과정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가족 간의 유대가 깊어지고, 함께 성장하는 특별한 순간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의 운전 연습을 하는 시간 조차도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G2 면허를 취득한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자유가 주어진다. 이제 혼자서도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진정한 독립심을 느끼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첫 드라이브를 마친 후,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은 자부심에 웃음이 가득한 얼굴들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약간의 두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언제든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기대감 뒤에는,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흥분과 기쁨은 이러한 걱정조차 쉽게 눌러버릴 만큼 강렬하다. 독립이라는 새로운 시작이 주는 설렘은, 어떤 두려움도 이겨낼 힘을 주는 법이니까.

캐나다에서는 차가 없으면 학교도, 마트도 다니기 쉽지 않다. 스쿨버스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부모의 픽업이 필요한 상황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이 일정 나이가 되면 운전면허를 따는 것은 흔한 일이며, 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독립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 된다.

학생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부모는 더 이상 자녀를 데리러 가야 하는 부담에서 해방되며, 자녀는 자신의 이동을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좀 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 또한 주말 아르바이트나 친구와의 만남, 가족을 위한 짐 운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실용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과정은 단순히 운전 기술을 익히는 시간을 넘어, 각자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를 여는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느끼고, 자녀는 독립적인 삶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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