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극복의 상징' 억만장자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피플in포커스]

유대인 가정 출신…9·11로 직원 70% 잃었지만 재기 성공
미국 우선주의 및 암호화폐 옹호…이스라엘 지지도

미국 상무부 장관에 지명된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상무장관에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러트닉 인수위장은 9·11 테러로 직원 대부분을 잃었지만, 불사조처럼 회사를 회생시킨 인물로, 트럼프 당선인과도 수십 년 전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63세의 러트닉은 지난 8월에 백악관에서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의 공동의장이 되었으며, 월가에서의 경력을 통해 얻은 인맥을 활용하여 다음 행정부에서 일할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는 데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러트닉 위원장은 당초 재무부 장관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상무부 장관에 낙점됐다.

1961년 뉴욕 롱아일랜드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78년 어머니를 림프종으로, 다음 해 아버지를 의료사고로 잃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 무역 센터에 입주해 있던 금융서비스사 캔터 피츠제럴드는 형제 한 명을 포함해 직원 960명 가운데 658명을 잃었다. 본인은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느라 살 수 있었다.

그는 테러 발생 불과 4일 후 실종되거나 사망한 직원에 대한 급여 중단을 발표해 세간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대신 가족들에게 5년과 10년간의 수익 분배와 건강 보험 혜택 등을 약속했다. 결국 직원의 70%를 잃는 참사에도 회사는 재기에 성공해 러트닉은 9·11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대학 졸업 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한 그가 기술을 중시해 중개인이 필요하지 않은 전자거래 시스템을 만들었던 덕이었다.

러트닉은 9·11 후 자선가로 변모해 구호기금을 조성, 사망한 캔터 직원 가족을 돌보았고 자연재해 및 기타 고난을 겪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기금을 썼다. 트럼프와 러트닉의 관계는 수십 년에 걸쳐 이어져 왔다. 2008년 러트닉이 트럼프가 진행하는 리얼리티 TV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 출연한 적도 있고 그 외 다른 일도 함께한 사례가 많았다.

러트닉의 경제정책 관점은 트럼프와 유사한 것이 많다. 그는 미국인을 위한 더 많은 일자리를 옹호했고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 협정이 미국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암호화폐 지지자이기도 해서 그가 이끄는 캔터 피츠제럴드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금융 사업을 시작했다. 러트닉 본인도 지난 10월 28일 팟캐스트에서 "비트코인이 하락할 때마다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 가정 출신인 데서 알 수 있듯 그는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지한다.

최근에는 전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과거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둘 다에 기부했다. 연방 선거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러트닉은 2016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와 찰스 슈머의 상원 선거 운동에 기부했다. 그는 또한 2015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젭 부시의 대선 운동에 기부하는 등 트럼프가 아닌 이들에게 기부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