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말고 해체하세요" 캐나다가 낡은 집을 재활용하는 방법 [통신One]
건설 폐기물 줄이고 자재 재활용 늘려…환경 보호·일자리 창출 효과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최근 캐나다에서 철거 대신 '해체'를 통한 건축 자재 재활용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철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낡은 건물의 자재를 새롭게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다.
해체 방식은 건물을 부수기보다는 하나씩 분해해 자재를 신중히 분류하여 재사용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는 건설 폐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메러디스 무어는 도시 곳곳에 쌓이는 건설 폐기물과 자재 낭비에 충격을 받았다. 기존 철거 방식의 환경 관련 문제를 인식한 무어는 자재를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를 활용하는 해체 전문 기업 'Ouroboros Deconstruction'을 설립했다.
해체 방식은 기존 철거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목조주택을 해체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Vema Deconstruction'의 CEO 에릭 세르파스 벤투라는 "철거는 하루 만에 끝나지만, 해체는 최소 일주일이 소요된다"라며, 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체 작업은 특히 낡은 집이나 폐건물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최근 무어의 회사는 토론토 서쪽의 오래된 방갈로를 해체했으며, 물 손상으로 철거가 예정됐던 이 집에서 많은 자재를 재활용했다. 집주인 에마와 크리스 아서는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해체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이러한 해체 및 재활용 움직임은 개인뿐 아니라 정부, 건설업계, 비영리 단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밴쿠버의 비영리 단체 'LightHouse'는 건설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순환형 건설'을 연구하고 있으며, 해체 자재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밴쿠버섬에서 건설 자재 교환소 BMEx(Building Materials Exchange)를 시범 운영하여, 해체된 자재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해체와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축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건축 규정은 새 자재 사용을 기본으로 하여, 재활용 자재가 쉽게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몬트리올 건축 컨설팅 회사 'Surcy'의 멜라니아 그로즈다노스카는 "재활용 자재의 인증과 사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역시 해체 방식의 확산에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낡은 건물의 자재를 재활용해 쓰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하거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건물주들의 참여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퀘벡주 가스 페지 지역에서 진행된 시범 프로젝트는 해체가 철거보다 경제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철거가 아닌 해체 방식을 통해 총 408톤의 자재 중 77톤만 매립지로 보내졌고, 나머지 자재는 지역 건설 프로젝트에 재사용되었다. 이를 통해 수만 달러의 매립 수수료와 운송 비용을 절감했다는 점에서 해체의 경제적 효용성을 입증했다.
무어는 해체 방식이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과거 자재가 새 건설 현장에서 다시 쓰이는 과정에서 자원의 순환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캐나다 전역에서 해체 방식이 널리 퍼지면서, 미래 건축의 방향성도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고려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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