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 파병 마라"…미 '장거리 미사일 허용'으로 북러에 단호한 메시지

바이든, 러 내부 공격 전격 승인…'게임 체인저' 역할하기엔 늦어
'10만 파병설' 등 북측 분쟁 개입 증가하면서 '美계산법' 바뀌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재향군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1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이라는 전격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북한군 파병'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북한군 1만 명 이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戰)을 돕기 위해 파병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최근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북측의 '추가 파병설'까지 흘러나오자 이를 끊어내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라는 강수로 북한과 러시아를 향해 '파병 등을 더 전개하지 말라'는 단호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나섰다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 '북한군 파병'으로 인해 유럽 지역의 위기에서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까지 고조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이태큼스'(ATACMS)로 알려진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활용해 러시아 내부의 표적을 우크라이나가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급할 것이라는 점을 파악한 후,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300㎞ 성능을 지닌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 수백 발을 지원했다.

다만 미국은 이를 크림반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만 사용하라고 제한을 건 바 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병합을 선언했으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를 불법 병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에 있는 군사 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측 등에 수차례 요청해왔다. 그러나 확전을 우려해 바이든은 제한을 고수해왔다.

올해 5월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지역 방어에 한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통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제한 완화'에 돌입하는 듯했지만 에이태큼스에서만은 제한을 지켜왔다.

NYT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또한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250㎞인 스톰섀도와 스칼프(SCALP) 미사일을 제공했으나 미국의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까지 러시아 본토에서 미사일들을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

이런 연유로 바이든의 이날 결정은 나름의 파장을 불러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로 역할하기에는 때를 놓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미 러시아측이 이같은 제재 완화를 예상하고 대부분의 전투기 및 기타 자산을 사거리 밖으로 철수했다고 전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9월 현재 우크라이나에 폭탄을 발사한 러시아기 90%가 에이태큼스 사거리 밖에서 날았다"고 밝힌 적도 있다.

에이태큼스(ATACMS).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NYT는 우크라이나가 앞서 미국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미사일을 이미 크림반도 등에 사용한 가운데 무기고에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더구나 WP에 인용된 미 정부 관계자들은 미측에서 우크라이나에 추가적으로 에이태큼스를 제공하기에는 재고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일부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 및 유럽 동맹국을 상대로 한 무력 보복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9월 푸틴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타격을 허용할 경우, 이는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싸우게 되는 것이라면서 "분쟁의 본질이 바뀌었다고 보고 우리에게 가해질 위협에 기초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에이태큼스의 제한 해제를 '레드라인'(Red Line)으로 규정하는 등 이번 결정이 전장에 가시적 이점을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됨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의 결단이 있었던 데 대해 미 관리들은 '경고 메시지 발신'의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정책 변화의 목표 중 하나는 북측에 '북한군은 취약하며, 더 이상 병력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WP 또한 미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결정이 전장에서 그다지 가치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그러나 북한의 분쟁에 대한 개입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계산법'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군인이 10만 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20개 국가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평양과 모스크바의 동맹이 계속 심화될 경우,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단번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 배치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또한 지난 14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1만~1만 5000명이 쿠르스크 지역 등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들은 2~3개월마다 순환 방식으로 교체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순환 배치를 통해 1년 만에 현대전을 경험한 숙련된 북한군 10만 명 정도가 배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10만 명'이라는 수치는 푸틴이 전쟁의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우크라이나 위기를 종식하려는 의지에 관해 말한 것은 적어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11.0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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