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전 외교부 장관 "한국은 머니머신 아닌 미라클머신"
[트럼프 시대]조지워싱턴대서 강연…"한미동맹, 돈 아닌 가치 문제"
"통상·방위비·북한·중국 등 주요 과제…도전·기회 동시에 있을 것"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 '한국은 머니머신(부자나라)'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머니 머신이 아니라 '미라클'(기적) 머신"이라며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미 대선 이후 한미 동맹'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한미동맹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박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동맹에 가장 큰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면서 통상압력, 방위비분담, 북한, 중국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 중국뿐만 아니리 한국처럼 자동차, 전자, 기술 분야에서 대미 무역 흑자를 내는 주요 동맹국에 대한 통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0%는 수출이 차지하고 있고, 한국과 미국 간 자동차 교역은 한국 전체 대미 수출의 35% 이상을, 반도체와 정보통신(IT) 제품의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50%를 차지한다"라며 "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미국으로부터 이중 압박을 받게 되고 대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짚었다.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한국은 머니머신이라며 현재의 약 9배에 달하는 10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면서 "나는 한국은 머니머신이 아닌, 노력, 혁신정신, 교육 그리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로 기적을 이룬 '미라클 머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장관은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인건비, 물류비, 건설비 등으로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5%를 국방비로 지출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미국 동맹국보다 높은 비율"이라면서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 양국이 추구하기로 합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공동의 비전 아래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박 전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너무 대립적이거나, 또 너무 화해적일 경우 우리의 이익이나 대북정책의 조율에 잠재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 및 탈동조화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이는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와 한미동맹 사이 균형을 찾아야 한국에 도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대한민국이 이념 및 지정학적 관계에서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기존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돌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수만 개의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만큼, 중국과의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전 장관은 트럼프가 당선을 확정한 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 첫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을 언급한 것과 관련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과 미국이 해군 함정 건조, 해상 운송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또 로봇, 원자력, 인공지능을 양국 간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제조업 확대와 미국의 제조업 역량 회복, 기술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지원하고 강화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인도·태평양 전략은 양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로, 역내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는 핵심 역내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미 국무부 장관에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 등 막 구성 중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과 관련, "아직 평가하긴 어렵다"면서 "내각이 짜인 다음, 한국 정부에서 새로운 행정부와 어떤 대화를 시작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왈츠 지명자와의 인연과 관련해서는 "작년 4월 외교부에 왈츠 지명자가 찾아와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해양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왈츠는) 확실히 동맹에 대한 결속을 중시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 있는 접근이 필요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문제를 풀기 위해 같이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왈츠 지명자가)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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