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음모론·대체의학 신봉 케네디…"이런 게 진짜 건강 요법"[트럼프 시대]
FDA에 대한 전쟁 선언…"줄기세포, 생유, 킬레이트 등 믿어"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백신음모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보건 당국 수장이 되면서 업계와 보건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허용 기준을 넘어 사용된 치료법을 통제한 식품의약국(FDA)에 대해 건강한 치료법을 '억압'했다며 공격했는데, 이로 미루어 백신뿐 아니라 넓은 건강 분야에 큰 변화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너무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공중 보건에 관한 사기,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에 관여한 산업 식품 단지와 제약 회사에 짓밟혀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인의 안전과 건강은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HHS는 이 나라의 건강 위기에 기여한 유해 화학 물질, 오염 물질, 살충제, 제약 제품 및 식품 첨가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FDA를 비판하며 '공중 보건에 대한 FDA의 전쟁'을 종식하고 '부패한' 시스템에 속한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케네디 주니어는 "공중 보건에 대한 FDA의 전쟁이 곧 끝나갈 것이다. 여기에는 환각제, 펩타이드, 줄기세포, 생우유, 고압 산소 요법, 킬레이트 화합물, 이버멕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비타민, 깨끗한 음식, 햇빛, 운동, 건강 보조 식품 및 인간 건강을 증진하지만 제약사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적인 억압이 포함된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들 요법이나 약이 효과가 있다고 보는데 FDA가 이를 공격적으로 억압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단호하게 "FDA에서 일하고 이 부패한 시스템의 일부라면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1. 기록을 보존하고 2. 가방을 챙겨라”라고 썼다. FDA의 대폭적인 물갈이 또는 더 나아가 존폐까지 위협한 것이다.
NYT는 그가 지적한 일부 품목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보수 유권자들에게 쟁점이 되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각 약품이나 치료법에 대해 있었던 논란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원래 동물용 구충제인 이버멕틴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널리 쓰였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력이 있다고 믿는 백신 반대론자들 사이에서 '기적의 약'으로 불렸다. 하지만 결국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FDA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생우유(생유)를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고 항상 홍보했다. 생유는 신장 기능 부전을 일으키거나 대장균을 포함한 다양한 많은 박테리아를 포함하고 있어 감염에 의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대체의학 신봉자들은 생우유가 염증을 없애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을 비롯해 만병통치약처럼 수많은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인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미 보건당국은 치료제로 쓰일 만한 약물들을 시도하고, 일부는 승인을 해주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긴급사용허가를 내주었다. 이는 원래 말라리아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데 처음에는 환자 일부가 호전됐다는 보고가 나왔지만 시험 대상을 확대해 보니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승인이 취소됐다. 게다가 이 약물은 심각한 부작용까지 있었다.
케네디 주니어는 혈액으로부터 중금속을 제거하는 킬레이션이 자폐증을 치료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칠드런스 헬스 디펜스'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에는 "많은 자폐증 사례"가 일부 백신에서 발견되는 방부제로 인한 수은 중독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2000년에 작성되어 2017년에 게시되었다고 하는 한 글은 킬레이트제(체내에서 독성 금속을 제거하는 화학 물질)가 자폐증에 대한 치료법으로 유망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킬레이트가 자폐증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도리어 잘못 사용하면 사망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 예로 2005년 펜실베이니아 서부의 한 의사가 자폐증을 킬레이션으로 치료하려다가 환자인 5살 소년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줄기세포는 1형 당뇨병과 황반변성 등 일부 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불법 병원이 수많은 다른 질병에 대해 FDA에서 승인하지 않은 치료법을 홍보했고 FDA는 이를 단속했다.
전문가들은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에 대한 이상한 접근법을 가지고 있는데 보건 기관 수장까지 된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잘못된 정보의 위험성에 대해 자주 언급한 현 FDA 위원인 로버트 캘리프 박사는 12일 한 행사에서 "전문가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문가들이 광범위하게 무시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캘리프 박사는 "역사적으로 전문가가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은 그 사회의 멸망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보건복지부 등 FDA의 상부 기관 수장이 FDA의 과학적 결정에 간섭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사는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FDA 전체를 뒤엎는 것은 완전히 합법적"이라고 덧붙였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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