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명문가 출신·백신 음모론자…측근 부상한 케네디[트럼프의 사람들]
④케네디 주니어, 민주 거쳐 무소속 출마했다가 트럼프 지지 선언
부친 잃고 방황·환경 분야 전문 변호사로 입지…기행적 행보 눈길
- 조소영 기자, 김예슬 기자, 류정민 특파원
(서울·워싱턴=뉴스1) 조소영 김예슬 기자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난 14일(현지시간) 지명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70)는 미 민주당 정치 명문가 '케네디 집안' 출신이자 '괴짜적 행보'로 유명한 인사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해 4월 민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저조한 지지율에 같은 해 10월 무소속 출마로 전략을 바꿨다.
이후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하며 미 대선 역사상 드물게 '3자 구도'를 만드는 듯했으나 '굳히기'에 실패하고 올해 8월 선거운동을 끝냈다. 이후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명문가'의 명예를 지키려는 가족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케네디 주니어는 끝내 트럼프를 택했다. 이로써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의 측근으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백악관 재입성을 확정한 지난 6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승리 연설을 가졌을 당시 "열심히 일하는, 환상적인 사람들"의 대표 인물로 케네디 주니어를 꼽았다.
케네디 주니어는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뉴욕주 상원의원)과 에델 케네디 사이에서 태어난 11명의 자녀들 중 셋째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테드 케네디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조카이기도 하다.
'만사 편한 도련님'이었을 듯하지만 케네디 주니어는 10대 때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숙학교 두 곳에서 퇴학당하기도 했다.
이는 아버지의 사망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큰아버지인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총격 피살됐고, 1968년에는 아버지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 암살됐다.
케네디 주니어는 하버드대와 런던 정치경제대(정경대)를 거쳐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나와 법조인(뉴욕주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변호사 시험 불합격, 헤로인 소지 등과 같은 혼란을 겪었다.
이후에는 환경 분야 전문 변호사로서 기업을 상대로 여러 번 승소하며 명성을 쌓았다.
뒤이어 대중에게 '백신 회의론자'로도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아동 백신에 들어 있는 보존제가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땐 정부의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2023년 7월에는 코로나19에 대해 "백인과 흑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해 한 행사에서 미국의 백신 의무화 정책을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지난주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공 상수도에서 불소를 제거해야 한다며 '불소가 골절과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공영 라디오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구에게도 백신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백신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본인과 자녀의 백신 접종에 있어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케네디 주니어가 미 상원 인준을 받아 공식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임명될 경우, 백신을 포함한 건강 분야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몰아칠 가능성이 감지된다.
지난달 케네디 주니어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허용 기준을 넘겨 사용된 치료법을 통제한 식품의약청(FDA)을 두고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억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FDA에 의해 억압된 치료법의 사례로 환각제, 줄기세포, 생우유와 같은 것들을 꼽았다.
케네디 주니어가 식품 건강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목된다. 그를 택한 트럼프와 케네디 주니어의 식습관은 완전히 반대다.
케네디 주니어는 최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식습관을 놓고 "그가 먹는 음식은 정말, 정말 나쁘다"며 "유세 과정에서 먹는 음식은 항상 좋지 못하지만 비행기에 실리는 음식은 독극물이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민주당 명문가 출신임에도 공화당 후보 지지로의 전향, 백신 회의론자와 같은 행보 이외에도 케네디 주니어는 기행적 행보를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올해 8월 케네디 주니어는 X를 통해 지난 2014년 자신이 허드슨밸리에 사냥을 다녀오던 중 차에 치여 죽은 새끼 곰을 도로에서 발견해 뉴욕 센트럴파크에 가져다 놨다고 밝혀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이는 10년간 미스터리였던 '센트럴파크 곰 사체' 사건에 관해 잡지 뉴요커가 취재를 시작하자 범인이었던 케네디 주니어 본인이 먼저 해명을 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케네디 주니어는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승리한 2004년 대선이 본래 민주당 존 케리의 승리였다면서 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큰아버지(케네디 전 대통령) 사망 사건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연루됐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케네디 전 장관)를 죽인 암살범(시르한 시르한)이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해왔다.
한편 케네디 주니어의 가늘게 떨리고 가래가 끓는 듯한 '특이한 목소리'도 그간 화제가 돼왔는데 이는 뇌 신경망의 이상 탓에 성대의 개폐 근육에 경련이 발생하는 '연축성 발성 장애'가 원인으로 알려진다.
그는 올해 4월 한 인터뷰에서 "42세이던 1996년에 대학 강의를 하던 중 내 목소리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생활은 복잡하다. 케네디 주니어의 배우자는 2014년 결혼한 배우 셰릴 하인스다. 앞서 두 번의 이혼이 있었으며, 결별한 두 명의 아내와의 사이에서 6명의 자녀를 뒀다.
최근 뉴욕의 잡지사 기자와 불륜설이 있기도 했다. 2013년 뉴욕포스트에서 보도한 그의 일기장에는 "2001년 37명의 여성과 밀애를 즐겼다"고 적혔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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