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이저 재림할까…'보편관세' 실행할 적임자 고심[트럼프의 사람들]

②상무·재무. '보호무역' '제조업 부흥' 이끌 충성파 포진 전망
상무부 장관에 맥맨, 재무부 장관에는 베센트 등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자신의 2기 행정부의 USTR 대표로도 고려하고 있다는 미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이 첫 집권때인 지난 2018년 1월 2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동석한 가운데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하는 조치인 무역법 201조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78)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행정부 경제팀에는 '제조업 부흥' '보호무역 강화'와 같은 당선인의 공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끌 충성파들이 포진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외교·안보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바탕에 깔고 있는데, 그는 37년 전인 1987년 이미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뉴욕타임스(NYT) 등에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광고에서 "미국이 아닌, 부유한 국가들에 세금을 부과하자" "막대한 적자를 끝내고, 세금을 줄이고, 우리에게 쉽게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국가들이 그들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내는 비용으로 미국 경제가 중단 없이 성장하도록 하자"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나는 관세를 정말 사랑한다'라며 주장한 보편관세와 같은 경제·통상정책을 오래전부터 구상해 왔다는 것으로, 2기 행정부에서는 이를 더욱 강력하게 밀고 갈 인물들을 요직에 앉힐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무역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77세, Robert Lighthizer)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번 2기 행정부때도 경제분야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는 1기 행정부 참여를 바탕으로 쓴 '자유무역은 없다'(No Trade is Free)라는 저서에서 트럼프에 대해 "미국의 노동자를 위해 낡아빠진 정책을 전환한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열렬한 지지자다.

그는 차기 재무장관 또는 상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그에게 보호 무역주의를 총괄할 행정부의 무역 차르(Trade Czar) 직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87년에 뉴욕타임스에 한 광고. '미국이 아니라 부자나라에 세금을 부과해 경제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 엑스 캡처>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자로 평가받는 라이트하이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은 바 있다.

그는 당시에 무역적자를 줄이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무기로 주요 교역국과 협상해 미국에 유리한 무역 합의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USTR과 상무부를 포함해 행정부 전반에서 무역정책을 총괄 감독할 자리에 라이트하이저를 앉히기를 원한다.

WSJ은 "해당 직책은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트럼프의 관세 제안을 즉시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라이트하이저와 함께 트럼프 2기 경제팀 합류가 확실시되는 인사는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린다 맥맨(76, Linda McMahon)이다. 맥맨은 상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린다 맥맨 전 중소기업청장이 지난 7월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4일차 무대에 올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ㅈ지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그녀는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소기업청장(SBA)도 지냈는데, 직에서 물러난 뒤 2020년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 우선정책연구소(AFPI)를 설립해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며 트럼프의 재집권을 돕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기업인 출신인 레이 워시번(Ray Washburne)과 비벡 라마스워미(Vivek Ramaswamy)도 상무장관으로 거론됐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라마스워미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정부효율부 장관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재무부 장관은 스콧 베센트(62, Scott Bessent) 키 스퀘어 그룹 창립자, 존 폴슨(68, John Paulson) 폴슨 앤 컴퍼니 창립자 등이 거론된다. 외신은 이들을 포함한 금융업계 인사가 재무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스콧 베센트 CEO의 경우 올해 대선 기간 트럼프의 핵심 고문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조기에 임명하자고 제안하는 등 적지 않은 조언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에서 키 스퀘어 그룹 설립자 스콧 베센트가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은 올해 선거 캠프에 합류하며 핵심 경제라인으로 부상했다. 폴슨은 재무부가 감독하는 연방 모기지 대기업인 패니매와 프레디 맥의 지분을 포함한 막대한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그가 내각 인사에 합류하려면 사안이 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다만 폴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복잡한 재정적 이슈"로 새 행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못할 것이라며 직을 고사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의 경제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뛰어난 정책 제안을 이행하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에는 케이시 멀리건(Casey Mulligan)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거론된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경제자문위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 수립의 배경을 담은 '알려지지 않은 성공과 실패'(untold successes and failures)라는 책을 발간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