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늘 아래 APEC·G20 정상회의 향하는 바이든…"성과는 미미"

바이든-시진핑 양자 회담 예정…결과 기대감 크진 않아
트럼프 아-태 및 외교 정책, 남미서 中 영향력 키울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 인근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APEC 정상회의 중 1년 만에 회담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다. 2023.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세계 무대 복귀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남미로 출국한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4~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제31회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7~19일 브라질 마나우스와 리우데자네이루를 찾는다.

바이든-시진핑 양자 회담 예정…결과 기대감 크진 않아

바이든 대통령은 마나우스에서는 아마존 열대 우림 보존에 힘쓰는 지역 지도자들과 만난 다음 제19회 G20 정상회의 참석차 리우데자네이루로 향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마찬가지로 APEC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와 브라질을 국빈 방문할 방침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APEC 회의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중국이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과 다자주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양자 회담도 이뤄질 방침이나,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홍콩 중문대학의 중국 연구센터 조교수 팀 서머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 대통령 교체가 임박했기 때문에 시진핑과의 양자 회담은 그다지 본질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이 회담을 통해 자신의 외교 정책 유산을 보여주기를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사회 정책연구소 중국분석 센터 연구원인 닐 토마스도 "시진핑이 바이든을 만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중 관계에 대한 호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트럼프 아-태 및 외교 정책, 남미서 中 영향력 키울 수도

APEC과 G20 정상회의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를 3달여 앞두고 이뤄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정책 기조로 삼아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리는 보편 관세를 추진하려 한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수석 협상가를 지낸 니콜 비벤스 콜린슨은 SCMP에 트럼프 1기를 두고 "우리는 1930년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APEC, WTO, G20과 같은 글로벌 기구와 관련해 나는 그가 이런 기구에 존경심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페루 가톨릭 대학교의 국제 관계 교수인 오스카 비다르테도 AFP에 "트럼프의 승리는 그의 보호주의적 관점을 감안할 때 APEC 정상 회의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 APEC 미국 대사인 래리 그린우드 역시 "APEC은 무역을 살리고, 의제에 포함하고, 언젠가 미국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데 매우 관심이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분명히 이번 선거는 향후 4년 동안 그럴 가능성을 낮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트럼프 2기에서는 대중 억지력을 바탕으로 미중 갈등을 관리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러한 압박이 오히려 남미에서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주대화(Inter-American Dialogue)의 마이클 쉬프터는 AFP에 "태평양 유역의 정부에 중국과 미국 중 한 편을 선택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에서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페루 태평양 연안 창카이 마을에는 중국 자본이 투입된 거대한 항구가 개항을 앞두고 있다. 36억달러 규모가 투입된 창카이 항구는 중국 국영 기업 코스코가 60%를, 페루기업이 40%를 소유하고 있다.

전직 국무부 관리이자 현재 미주협의회와 미주협회에 근무하는 에릭 판스워스는 로이터통신에 "중국은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했고 빠르게 배우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머물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지역 경제 정책을 새롭고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의미 있게 우선시하지 않는 한, 이 지역은 계속해서 중국의 이익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