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 핵심은 거래주의와 억지력"[트럼프 시대]

"적대국에 두려움 심어…힘을 통한 평화로의 복귀"

6일(현지시간)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2024.1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외교 정책의 핵심은 '거래(Deal)'와 '억지력(Deterrence)'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거래와 억제: 위험한 세상에서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힘을 과시해 적대자들에게는 두려움을 심어주고, 동맹국들로부터는 더 큰 양보를 끌어내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적대국을 상대로는 억지력을 발휘하고, 동맹국들과는 거래를 바탕으로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중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WSJ에 "힘을 통한 평화로의 복귀가 될 것이며, 억지력이 회복될 것"이라며 "미국의 적들은 지난 4년 동안 그들이 저지른 일들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갈등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서 평화를 이룩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그의 '평화 이룩'에는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억지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백악관 요직의 후보로 거론되는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지도자들에게 연락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제재나 폭력과 같은 더 강력한 옵션이 항상 있지만,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28일 (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인 승인장 수여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7.2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과도 대화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2기의 대(對)이란 정책은 억제를 동반한 더 강경한 정책일 것으로 관측된다.

1기 트럼프 행정부 관리 중 한 명은 WSJ에 "트럼프는 이란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서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를 죽이려고 하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검찰은 지난 8월 이란 정부와 연계돼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을 암살하려고 한 혐의로 파키스탄 국적자를 기소했다. 이란 정부에서는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첫 번째 임기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 길을 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브라함 협정에 포함하며 이란의 세력을 약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 간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관계를 정상화한 협정이다. 이 같은 정책은 이란을 주축으로 한 시아파 벨트를 더욱 고립시켰고, 한편으로는 역내 긴장감을 키우기도 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수석 고문을 지낸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안보 전문가 매슈 크로닉은 "억제에는 적에게 위협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고, 트럼프는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시리아 정책 담당관을 지냈던 앤드루 테이블러는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훨씬,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며 "그는 외교, 제재,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군사력 위협을 사용해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에스토니아에서 휘날리고 있는 나토 깃발. 2023.04.3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는 상업주의적 안보관을 바탕으로 한 '거래'를 들이밀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저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 있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패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는데, 9.11과 경제위기를 거치며 단일패권국의 위상도 흔들렸다. 이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고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힘을 써온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거래적 국제관계관을 갖고 명분보다는 실리 확보에 집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방위비 전쟁에 불을 댕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나토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