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부금 안 잊었지?"…인수위 이어 내각도 '억만장자 클럽' 예고[트럼프 시대]
루트닉·맥마흔이 인수위원장…각각 인사와 정책 감독
트럼프 당선 후 인수위에 억만장자들 연락 쇄도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억만장자인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비슷한 억만장자들로 내각을 꾸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수위 위원장 두 명부터가 억만장자인데 트럼프가 공공연히 표현한 복수를 피하려, 혹은 실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을 기대해 억만장자들이 이들 주위로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트럼프는 하워드 루트닉과 린다 맥마흔에게 인수위를 이끄는 일을 맡겼다. 루트닉은 인사를 담당하고 맥마흔은 정책을 감독했다. 맥마흔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소기업청장(SBA)을 지낸 트럼프의 개인적인 친구이자 기부자다. 청장 직책을 떠난 후에도 트럼프를 위해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와 슈퍼팩인 아메리카퍼스트액션(AFA)를 만들거나 이끌며 트럼프 두 번째 임기를 준비했다.
맥마흔의 AFPI는 이미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정책 계획을 마쳤고, 취임 즉시 서명이 가능한 100개 이상의 행정 조치 초안을 작성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루트닉은 금융 서비스 회사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로 올해 선거 운동 기간 트럼프와 월가를 잇는 주요 통로였다. 개인적으로도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1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75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그도 트럼프가 출연했던 리얼리티쇼인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 출연한 적 있어 더욱 트럼프와 친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트닉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많은 억만장자 사업가가 제일 먼저 전화를 건 사람 중 한 명이었다. 2021년 1월 6일 폭동 이후 트럼프를 외면했던 스티븐 슈워츠먼(블랙스톤그룹 회장)과 넬슨 펠츠(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CEO)와 같은 공화당 큰손 기부자들은 경선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자 재빨리 돌아왔다. 되도록 정치에 거리를 두려고 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회장이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조차도 트럼프의 분노를 두려워하는 징후를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의 편에 가장 오래 있었고 가장 많은 현금을 제공한 사람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장관부터 비공식 자문 역할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씩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컨설팅 회사 디마크러시 파트너스의 공동 창립자인 마이크 럭스는 "많은 공화당 기부자가 매우 구체적인 이유로 이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10억 달러를 주면 규제 철폐해 줄게', '많은 돈을 주면 원하는 정부 직책에 임명해 줄게'라며 기부자들과 완전히 거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슈워츠먼, 켄 그리핀(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 론 로더(미국 사업가이자 억만장자), 토머스 피터피(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창업자) 등의 억만장자들은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것을 막겠다고 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이들을 포함해 억만장자들의 지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그보다도 더 늦게 트럼프 지지에 뛰어들었다. 한때 민주당 대선 후보 앤드루 양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그는 지난 7월 트럼프 암살 시도 직후 지지를 발표하고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이미 트럼프의 승리는 세계 부자들의 재산을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가장 부유한 10명은 6일 기록적인 635억 달러를 벌었고, 머스크만 해도 순자산에 260억 달러 이상을 추가했다.
억만장자들이 트럼프 정권에 줄을 대려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암호화폐, 소셜 미디어, 개인정보 보호와 같이 진화하는 분야에 대한 정책과 법률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테더 준비금을 관리하는 캔터 피츠제럴드를 이끄는 루트닉 인수위 공동 위원장은 앞서 자신의 사업적 이익과 행정부를 세우는 공적인 임무가 부적절하게 섞여 있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마크 안드레센은 지난 4년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인 끝에 트럼프 대통령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트럼프는 안된다' 주의였던 틱톡의 중국 소유주인 바이트댄스의 대주주인 제프 야스는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글을 기고하면서 태세를 전환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야스와 대화를 나눈 후 첫 대통령 임기 동안 금지하려 했던 틱톡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차기 트럼프에 줄을 대려고 하는 억만장자들은 실리콘밸리(기술 기업들)와 월가(금융인들)를 넘어간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의 에너지 억만장자 3명, 즉 콘티넨털 리소스 설립자 해롤드 햄, 힐코프 에너지 회장 제프 힐더브랜드, 에너지 트랜스퍼 LP 설립자 켈시 워런이 트럼프 캠페인에 총 1310만 달러를 기부했다.
향후 트럼프가 줄 호의에 대한 대가로 트럼프의 억만장자 후원자들은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보다 모금에서 뒤처진 그의 캠페인에 큰 힘을 보탰다.
원래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는 소액 기부자들의 기부 총액이 억만장자들보다 3배였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이유로 억만장자들이 기부의 핵심이 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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