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 끝났다"…해리스 완패에 민주당 내 '쇄신 목소리'
해리스 참모들 선거 캠프서 배제…바이든과 '차별화 실패'
선거 승리보다 당의 외연 확장에 골몰…국민들과 괴리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5일 치러진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완패하면서 민주당에서 내홍이 일고 있다. 지도부 교체를 비롯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BC 뉴스는 6일(현지시간) 많은 민주당원들이 최근 여러 선거를 이끌었던 오래된 참모들에 대한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당원은 "지금 팀은 물러날 때가 됐다. 완전히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며 "오바마와 그의 천재들의 시대는 끝났다. 그들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그들은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국민들과 괴리됐다"고 말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캠프 내 참모들은 해리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젠 오말리 딜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캠프 내에서 소통이 부족했고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를 두지도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세 명의 해리스 캠프 고위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벗어나야 했지만 충성하는 사람으로 비춰졌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들은 오말리 딜런이 소수의 측근들과만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고위 관계자들은 이메일과 업데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해리스를 오랫동안 잘 알고 있는 참모들이 배제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ABC 토크쇼 '더 뷰'에서 실언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온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차별점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부통령이 변화의 주체가 될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 결국 공화당의 선거 유세 광고에 실리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해리스의 오랜 보좌관들이 해당 인터뷰를 준비하는 데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당의 리더십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확실히 논의해야 한다"며 "오랜 참모와 나이 든 지도자들은 물러나고 비전과 실질적인 영감을 갖춘 새로운 세대가 민주당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늦게 사퇴한 것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해리스 보좌관은 "바이든이 대선 후보였더라도 민주당은 패배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 일찍)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80세로 단임으로 끝냈어야 했다. 그는 거의 말을 할 수 없고 조리 있게 말을 하지도 못한다"며 "이미 너무 늦었고, 작년 이맘때 바이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국민과 괴리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의 나이가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내에선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으로 외연 확장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리 리드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보좌관을 지낸 아담 젠틀슨은 트럼프의 승리는 민주당이 3개월 내에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브랜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당파 관리와 무수히 많은 이익집단을 만족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면서 후보자의 유연성이 제한됐고 해리스는 지난 2019년 첫 출마 당시 때처럼 인기가 없는 입장을 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지지자이자 민주당 기금 모금 활동을 해 온 웨이드 랜들렛은 당의 향후 방향에 대해 "트럼프는 앞으로 2년 동안 미친 짓을 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국민들에개) 투표로 심판해 줄 것을 촉구할 것"이라며 "2028년이 되면 훨씬 더 나은 설득력 있는 사례와 조 바이든이 그랬던 것처럼 비학력자들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후보는 중산층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생각해 주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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