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로 재부상하는 고립주의…2차 대전 이전으로 회귀"[트럼프 시대]

"집권 1기 일시적인 현상 아냐…더 순수한 버전의 美 우선주의"
"미국이 직면한 위협에 대한 이해 없는 허황된 정책"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2024.11.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당선되며 2차 대전 이후로 수면에 잠겨있던 미국의 고립주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년 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첫 임기가 미국 역사의 전환점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선거는 트럼프가 예외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정신이 이 시대를 정의하게 될지는 그가 고립주의적 수사와 시대의 중심인물이 되고자 하는 본능적 욕망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저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 있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패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는데, 9.11과 경제위기를 거치며 단일패권국의 위상도 흔들렸다. 이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고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힘을 써온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거래적 국제관계관을 갖고 명분보다는 실리 확보에 집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방위비 전쟁에 불을 댕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나토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2024.11.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 때문에 트럼프 2기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고립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1차 대전 때 잠시 참전한 것을 제외하고 2차 대전 때인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까지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고수해 왔다.

당시에도 '미국 우선주의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고립주의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냉전 역사학자 핼 브랜즈는 NYT에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미국의 전통적인 리더십을 끝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했다"며 "미국 동맹국이 우려하는 것은 그의 두 번째 임기가 더 순수한 버전의 미국 우선주의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를 끝내고 백악관을 떠날 때,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즉시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세계 경찰)을 회복한다고 선언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미국 역시 2차 대전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우선 첫 시험대는 우크라이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지원을 중단할 것을 암시하며 '영토 거래'만 있으면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현재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한 뒤 협상하는 방안을 언급해 왔는데, 이는 결국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넘겨주라는 뜻이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해결 방안은 더 나아가 중국에는 대만을 무력 침공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 안보 위원회에서 근무했던 듀크 대학교의 피터 피버 교수는 포린어페어에 "트럼프의 외교 정책 접근 방식의 본질인 노골적인 거래주의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그러나 오늘날의 세상은 그의 첫 번째 임기 때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직면한 위협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일련의 허황된 자랑과 얄팍한 만병통치약"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