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때처럼 김정은 상대 힘들 것…북한, 협상 관심 없어"

[트럼프 시대]미 전문가들 "김정은, 대러관계 초점…트럼프도 협상 의지 약해"
트럼프 내각 인선에 따라 대북정책 방향 결정될 듯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실려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은 실리지 않았다.(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2021.5.12/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의 위협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더 고도화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행정부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로켓맨'이라고 부르면서 대립각을 세웠으나 임기 후반부에는 김 총비서와 세 차례나 만나면서 개선된 북미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강화된 핵 무력, 북러관계 심화, 혼란한 국제정세 등으로 인해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협상을 이어가기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은 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현재 김정은 정권이 더 강력한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면서 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소한 일시적으로 중단되지 않으면 북한과의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 러시아가 북한에 막대한 경제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한 북한은 미국과 협상에 나설 유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병했고, 현재 약 1만 2000명의 병력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지난 6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상원에서 비준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 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발사하면서 무력 도발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화성-19형을 '최종 완결판 ICBM'이라고 주장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도 트럼프 당선인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여 석좌는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협상을 재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김정은 역시 대미 관계보다는 러시아에 초점을 맞춘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먼저 손을 내민다면 트럼프가 반응할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이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으면, 트럼프와 윤석열 정부 간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 내각 인선이 대북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여 석좌는 "강경한 보수 성향의 공화당 인사들이 내각에 포함되면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지역 안보를 유지하고 대북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최대한 억제하려 할 것"이라며 "미국의 국제적 역할 축소를 선호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성향의 공화당 인사들이 내각에 들어오면 동맹국과의 협력보다 자신의 직감을 따르는 외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드니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고문도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형식적이고 비용 없는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김정은은 실질적인 비핵화가 포함된 대화엔 관심이 없다. 초대장을 보내도 북한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일러 고문은 "향후 6개월 동안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도발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 간의 불협화음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