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 끝낸다" 트럼프, 웃는 네타냐후·초조한 하메네이[트럼프 시대]
네타냐후 "위대한 동맹"…"11·12월 긴장 고조할 수도"
이스라엘-아랍 연대 강화…이란 압박 수위 높일 듯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당선되며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친(親)이스라엘적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이란 고립 전술을 펼치는 한편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6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와 친이스라엘 기조 사이에서 줄타기할 전망이다.
우선 그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중동 지역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갈등에 대해 "갈등을 끝내고 평화로 돌아가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멈추자"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서 평화를 이룩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의 휴전 압박을 받아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환영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당신의 역사적인 백악관 복귀는 미국에 새로운 시작을 제공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위대한 동맹에 대한 강력한 재헌신을 제공한다"며 "이것은 엄청난 승리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등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데다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
또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 길을 열기도 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 간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관계를 정상화한 협정이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은 이란을 주축으로 한 시아파 벨트를 더욱 고립시키며 역내 긴장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 탓에 '전쟁 종식'을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MENA)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알 아라비야에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와 레바논에서 진행 중인 활발한 군사 작전을 종식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하마스의 10월7일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지역의 불안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위기그룹의 이스라엘 전문가인 마이라브 존스제인도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을 어떻게 다룰지 미지수라고 일축했다.
그는 AFP에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쟁 국면 속에서 취임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 종식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CNN에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공식적으로 집권하기 전에 일을 끝내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11월과 12월에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때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일했던 정치전략가 나다브 슈트라우클러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대결에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CNN에 전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이스라엘-아랍 국가 간 아브라함 협정을 강화하는 한편 대(對)이란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아브라함 협정을 강조하며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추가적인 정상화 협정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알 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승리한다면 그것(아브라함 협정)은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는 절대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그것은 중동의 평화이고,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인 보아즈 비스무트도 CNN에 "트럼프의 당선이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전쟁이 종식되면서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란에는 악몽과도 같다. 아브라함 협정의 골자는 아랍과 이스라엘을 묶는 것인데, 이는 결국 이란과 친(親)이란 세력을 압박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이란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듬해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했고, 2020년에는 IRGC의 정예군인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암살을 승인했다.
바킬은 "(트럼프 2기에서의) 또 다른 가능성은 이란에 최대 압력을 가하는 '이란 2.0'"이라며 "다만 반드시 합의나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중동에서 이란의 기동성을 제약하고 억제하려는 노력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BBC도 "대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며 이란의 가장 강력한 군사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사살한 그의 행정부 정책으로 복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의하는 것이 '불확실성'인 만큼 아직 어떠한 대외 정책도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미-이스라엘 관계 전문가인 우디 조머는 "트럼프는 주로 자신의 직감에 따라 이러한 세력들 사이를 항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그의 접근 방식을 정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 측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큰 변화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미국과 이란의 일반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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