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패배에 '바이든 책임론'…"건강 감추고 버텨서 졌다"[트럼프 시대]

바이든과 결별하고 자신만의 정책 내놓지 않은 것 문제
이스라엘 지지로 진보적 민주당원 잃은 것도 패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총기 폭력 대응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9.2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에 대한 불똥이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튀고 있다. 왜 일찍 물러나지 않고 6월 TV 토론 참사를 일으키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당에 거짓말했냐는 비난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거 패배가 확실해진 후 민주당과 그 지지자는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사태를 파악한 후 분노했다가 이제는 자신들을 반성하고 있다.

한 민주당 기부자는 "바이든이 왜 그렇게 오래 버텼을까? 그는 (건강을) 감추지 말고 훨씬 일찍 물러나야 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바이든 측근의 '과실'을 비난했다. 아무도 그에게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아 바이든의 판단을 그르쳤다는 의미다.

한 해리스 보좌관은 부통령의 선거운동은 인기 없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처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결별하고 다른 정책을 제시하며 변화의 후보로 나섰더라면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해리스가 ABC 쇼 "더 뷰"에 출연했을 때 '4년간 바이든과 다르게 했을 것 같은 일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답한 것이 매우 큰 실수였다고 했다.

오랜 민주당 기부자지만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를 지지한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X에 "민주당은 완전한 재부팅이 필요하다"며 "당은 대통령의 인지 건강과 건강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고, 그를 대체할 예비선거를 열지 않았다"고 썼다.

이 모든 것 때문에 해리스를 지지할 것으로 기대했던 두 그룹, 즉 기후 변화·진보적 가치관·소셜 미디어에 정통한 다양한 젊은 유권자들과 공화당 하에서 낙태권 축소를 우려하는 여성들은 도리어 트럼프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에디슨 리서치의 출구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의 전체 45세 미만 유권자 점유율은 2020년보다 2% 포인트 상승했으며, 여성 유권자 점유율도 2% 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는 또한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교외 지역에서도 지지도가 상승했다.

하지만 해리스 캠프는 마지막까지도 선거가 접전이며 새로운 유권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관계자는 6일 밤늦게 당원들로부터 분노에 찬 문자 메시지를 받았으며 이들은 캠페인에 속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해리스의 패배로 민주당은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두 번이나 참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는 바이든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인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한 전면 관세 등 물가를 올릴 위험이 있는 비정상적인 경제 공약을 내놓았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불법 체류 중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추방하겠다는 그의 계획도 산업과 지역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고, 민주당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쉽게 승리했다.

해리스 선거 캠페인 수석 고문인 데이비드 플루프는 바이든과 해리스가 가자지구 공격 당시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민주당이 분열된 것도 패인이라고 했다. 많은 진보적 민주당 당원들이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좌파 성향의 민주당 당원이 등을 돌렸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