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쓰레기 주워 담던 앤디 김, 첫 한국계 미 상원의원 당선(종합)
과감함과 동물적 감각으로 민주당 후보 자리 쟁취
공화당 경쟁자 버쇼와 10%P 이상 차이로 당선 확실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5일(현지시간) 첫 한국계 상원의원에 도전한 앤디 김(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이 뉴저지에서 경쟁자와의 표차가 10여%가 되며 당선이 유력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앤디 김은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부패 사건에 연루돼 당적을 잃자 지난 6월 뉴저지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출마해 81%의 득표율로 민주당 정식 후보가 됐다.
개표가 28% 진행된 현재 앤디 김 의원은 56.9%를 확보했고 김 의원의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커티스 버쇼는 41.5%를 얻는 데 그쳤다.
3선 하원의원인 앤디 김은 한인 이민자 1세대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자랐다. 정치 입문 전에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프가니스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사령관 참모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뉴저지주는 1972년 이후 민주당이 쭉 승리해 왔기에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어 왔다.
앤디 김 의원이 주목받아 온 이유는 언더독(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이었던 그가 뉴저지에 이미 자리 잡은 민주당 정치 엘리트를 제치고 민주당 후보가 된 점이었다.
메넨데스 의원은 그와 부인이 사업가들로부터 수십만 달러 상당의 현금, 금괴, 고급 승용차 등을 받고 호의를 베풀었다는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하지만 메넨데스는 지난해 9월22일 사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루 뒤 앤디 김은 참모들을 불러 모았다. 자신의 출마 전략을 짜기 위한 것이었는데 캠페인 자체도 6주가 걸리고, 주 전역 민주당 지도자들의 지지가 먼저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계획 없이 직감으로만 행동하지 말라는 직설적인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김 의원의 반응은 놀라웠다. "내가 3시간 내로 출마를 발표하면 어떨까?"
민주당 지도부의 지지 없이 이처럼 홀로 출마를 선언한 후 그는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며 차근차근 승리를 다져갔다. 그는 민주당 주류 인사들의 지지를 받던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 부인 태미 머피와 경쟁해야 했다. 태미 머피는 민주당 인사들의 인기와 주민들의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그가 상원의원이 되면 한 부부가 너무 많은 권력을 쥐게 된다는 우려가 퍼졌다. 이런 압박에 태미는 지난 3월 출마를 포기했다.
NYT는 지난 4월 정치인으로서 순간을 포착하는 김 의원의 동물적 감각을 높게 평가하는 분석 글을 낸 바 있다. 예를 들어 그는 괴짜 같고 성실한 공무원 스타일의 의원으로 보였지만 2021년 1월 7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폭도들이 남긴 쓰레기를 무릎을 꿇고 치우는 사진이 찍히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고 전했다. AP통신에서 찍은 이 사진은 간혹 남들이 놓치는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는 그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NYT는 썼다.
또 9·11 사태가 발생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19세 대학생이었던 김의원이 대학 총장에게 테러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모임을 조직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도 응급 상황에 본능적으로 대응하는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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