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고전 이유는 '민주당 우경화'…"코로나 후 환멸"[美대선 D-2]
민주당, 공화당과 차별점 사라져…사회안전망보다 물가안정 주력
대선에서 이겨도 져도 원인은 '트럼프'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된 이유에 대한 분석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민주당이 우경화되고 과거처럼 이슈를 끌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이 지난달 20~23일까지 2516명의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48% 동률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당 지지도 면에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공화당이 동률을 기록하거나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민주주의와 낙태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이슈에서도 공화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진보주의(liberalism)는 지난 2008년 이후 미국 정치를 지배해왔다. 민주당은 4번의 대선의 일반 투표(popular vote)에서 모두 승리했다.
또한 민주당 정부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도드-프랭크법(금융개혁법),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등을 제정하고 자동차 산업을 살리고 재생에너지 및 인프라 등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 사회적으로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 Matter), 미투, 그린 뉴딜 등 좌파 운동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 노숙자와 범죄, 무질서 등이 주요 쟁점이 되면서 정부에게 비판의 화살이 향했고, 그럴 때마다 민주당은 우경화를 선택하면서 대응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결국 공화당과 차별화된 민주당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도 잘 드러나는 데 민주당은 선거 유세 기간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목소리를 낮췄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완성하지 못한 유급 가족 휴가, 자녀 세액 공제 확대, 학자금 대출 탕감, 보편적 유아원,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 등을 언급하는 대신 중소기업을 위한 보수적인 세금 감면을 약속했다.
NYT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그의 정치적 인기보다는 이런 점(민주당의 우경화)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 격변하는 상황에 민주당이 대응하는 방식에 너무 많은 유권자가 환멸을 느껴 트럼프를 의심하면서도 민주당에 다시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을 선동한 혐의와 '로 대 웨이드 판결'(여성 낙태권 인정한 판례) 폐기로 인한 것이라며 해리스의 승리가 진보주의자들에게 희망적인 신호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NYT는 주장했다.
yellowapoll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