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이냐 확전이냐…북러 진군, 美 대선 결과에 좌우될까
트럼프, 종전 피력…러 유리한 "공정한 거래" 시사
해리스 당선 시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이어질 듯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초박빙 양상인 미국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예측불허의 대결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 등 북러가 진군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과 확전'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3일 예상된다.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빠르게 '종전'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과도하게 개입해 국력을 낭비했다고 주장하며 집권 시 전쟁 종식을 이끌어내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고, 회담 후에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밝혀왔다.
특히 그는 '공정한 거래'(fair deal)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재집권 시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을 유도하겠다고 했는데,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거래'라는 상황을 직면하며 러시아에 점령당한 지역을 내준 상태로 종전을 맞는 것이 속 편할 리 없다.
그 때문에 트럼프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가 휴전 또는 종전에 동의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종전을 주장하는 트럼프를 제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아주 명백하게 재집권 시 곧바로 휴전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면서도 "다만 유럽 국가들의 대응 방식에 따라 당장 조기에 종전 가능성을 상정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도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종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미국의 관점일 뿐"이라며 "러시아는 확실하게 전쟁 주도권을 잡고 향후 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 더욱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에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계승할 것이란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다시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전쟁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되도 최대한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군이 전개되는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물리적 충돌이 격화될 소지가 크다. 북한과 러시아는 파병 사태가 불거진 뒤 북한군을 쿠르스크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있지만 아직은 북한군이 전면에 나서 충돌이 발생한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 대선의 결과를 일단은 지켜보면서 전쟁의 새 국면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3일 "미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기름을 끼얹으면 3차 세계대전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를 대비해 '경고와 위협'의 입장을 표출하면서도 트럼프의 당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미국 내부적으로 전쟁 피로감이 만연한 만큼 해리스 역시 나름대로 전쟁을 멈추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해리스는 북한군의 참전에 따른 전황 변화에 맞춰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 확실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해리스 역시 나름의 종전과 휴전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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