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작계에 '北 핵 사용 시나리오'…9년만에 '비핵화' 삭제(종합)
북러 군사 동맹에 '核 대응' 명시…한미, 아세안으로 국방협력 확장
한미 북러 군사 협력 규탄…김용현 "북한군 파병 즉각 철회해야"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9년 만에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북한의 남침을 가정한 연합훈련에서 북한 핵 공격 시나리오를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한미연합 군사연습 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방부에 따르면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제56차 SCM을 개최한 뒤 공동성명에서 "향후 한미 연합 연습에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한미가 작전계획에 북한의 핵 사용을 반영하는 건 향후 북한의 대남 기습 핵공격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최초로 상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한미는 북한의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확장억제로 대응하겠다는 기조 속에서 작전계획에 북한 핵 사용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을 통해 북러간 군사 동맹이 본격화하고, 북한에 대한 러시아 기술 이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미가 작계에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SCM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구가 9년 만에 빠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문구는 지난 2016년 SCM 공동성명부터 매년 등장해왔으나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사라졌다.
지난해 성명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핵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대화와 외교를 추구한다"라고 명시한 반면, 올해 성명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라고만 적었다.
'비핵화' 문구가 사라진 것은 북한의 비핵화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음을 사실상 인정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개한 정당강령(정강)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문구가 삭제된 바 있다.
다만 이와 관련 우리 국방부는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한미 장관은 북러 간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하기도 했다.
장관들은 성명에서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서명 이후 강화되고 있는 북러 군사협력이 역내 불안정을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라면서 "불법 무기거래와 첨단기술 이전을 포함한 러·북 간 군사협력이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임을 분명히 했고 러시아에 공약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이후 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제3자(북한)가 개입하면서 확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면서 북한군 파병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한미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한미동맹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문서도 승인했다. 이는 한미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국가들과 국방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문서로, 한반도 역외에서 한미간 협력을 담은 최초의 문서라는데 의미가 있다.
한미는 "양국은 다자훈련 참여 확대를 통해 역내 진화하고 복합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준비태세, 능력, 회복력 증진을 위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yoong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