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기분 내려 꾸민 가짜 거미줄·조명…야생 동물에게는 치명적[통신One]
거미줄에 걸리고, 벽에 부딪히고…야생 동물에 안전한 핼러윈 장식 필요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핼러윈 시즌이 돌아왔다. 집 앞에 가짜 거미줄과 조각된 호박을 장식하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많은 가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이 되었다. 다양한 조명과 거미줄, 해골 인형으로 마당을 꾸미며 이웃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핼러윈의 묘미이지만 이런 장식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야생 동물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
Birds Canada의 대서양 및 퀘벡 지역 책임자인 켈시 버틀러에 따르면 핼러윈 장식 중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가짜 거미줄이다. 버틀러는 가짜 거미줄이 실외에서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새들이 거미줄에 엉키거나 갇히게 되면 스스로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짜 거미줄은 진짜 거미줄과 달리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크고 작은 새들에게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녀는 끈이 달린 장식이나 면 소재 거미줄 장식을 실외에서 사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라고 조언했다.
조류 관찰자 알랭 클라베트는 "핼러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명절 장식이 동물들에게 잠재적 위험을 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겨울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전구 장식에 다리가 엉켜 상처를 입은 토끼를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클라베트는 또한 봄철에 흔히 사용하는 색색의 플라스틱 리본이나 풍선들이 야생 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람에 날리거나 떨어진 장식들이 토끼나 너구리 같은 동물들이 물어뜯다가 입에 넣어 질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핼러윈 장식으로 흔히 쓰이는 조명 장식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버틀러는 야간의 밝은 조명이 새들의 비행경로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창문이나 벽에 부딪히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타이머 기능을 활용해 일정 시간 이후 자동으로 꺼지게 설정하거나, 야생 동물에게 덜 자극적인 따뜻한 색상이나 붉은색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겨울철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작은 유리구슬들이 있다. 겨울철 눈 속에 감춰진 작은 유리구슬 장식이 새들에게 씨앗처럼 보일 수 있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버틀러는 말했다. 눈 위에 떨어진 구슬들이 새들에게 딱딱한 먹이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삼켰을 경우 소화되지 않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핼러윈과 같은 명절 장식을 위해 집 앞에 두는 호박도 야생 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다. 버틀러는 핼러윈 장식을 위해 호박을 보존할 때 표백제나 알코올 같은 화학물질 대신 식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표백제가 묻은 호박은 냄새가 사라진 후 야생 동물에게 먹힐 가능성이 커지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식초를 사용하면 호박을 먹어도 야생 동물에게 해롭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클라베트는 호박 장식에 페인트를 칠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호박을 그대로 두면 당나귀나 닭, 들새, 꿩 등이 먹이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자연의 일부로 남겨두는 것이 동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플라스틱으로 만든 붉은색 장식 열매들도 야생 동물에게 음식으로 착각되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풍선과 리본 장식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자원이 부족해지는 시기에 야생 동물들은 먹이로 착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게 된다. 특히 부풀려진 풍선이 야생 동물들에게 음식으로 착각되기 쉬워, 새들이 끈에 얽히거나 풍선을 잘못 삼켜 질식할 가능성이 높다. 버틀러는 "아이에게 풍선이 질식 위험이 있듯이, 야생 동물에게도 똑같이 위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핼러윈은 물론 각종 명절 장식을 할 때 야생 동물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장식들이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은 우리의 집일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집이기도 하다"라며, 버틀러와 클라베트는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한 배려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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