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파병 북한군 1만명…쿠르스크 전투 투입 가능성 우려"(종합)

(서울=뉴스1) 조소영 이창규 정지윤 기자 = 미국 정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인원을 약 1만 명으로 확인하며, 특히 이들의 전투 투입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미(美) 정부의 북한군 파병 추정 인원은 지난주 최소 3000명에서 증가한 것이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 지역에 약 1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며 "향후 수주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의 러시아 병력을 증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싱 부대변인은 이어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가까이로 이동했다"며 "러시아가 이 병력을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투입하거나 전투 지원 병력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의 전장 투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움직임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동맹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파트너 국가들과도 이런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싱 부대변인은 북한군을 향해 사용될 수 있는 미국 무기에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면서 "만약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된다면 그들도 전쟁의 공동 교전국"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같은 날 국방부와 동일한 입장을 내놨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에 약 1만 명의 군인을 파병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지난 몇 주 사이에 일부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이들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 병력을 상대로 한 전투나 군사 작전 지원에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갈수록 우려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외무부가 최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낼 경우, 치명적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발언한 데 있어서는 "러시아는 역내 이웃 국가 및 다른 국가에 대한 도발적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 파병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에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중국도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두 이웃 국가의 이러한 불안정한 행동을 우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중국과 소통했다"며 "우리는 중국이 역내에서 영향력이 있으며, 러시아가 안정을 저해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혀왔다"고 했다.

오는 31일 미 워싱턴DC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밀러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선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포함한 강화된 북러 관계 및 북측의 기타 도발적 행동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사항 등에 대해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델라웨어주(州) 뉴캐슬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 1만 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와 관련해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미국의 일련의 반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비교해보면 조심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현지시간(28일)을 기준으로 미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온 점 등이 신중한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본부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한국 정부 대표단의 브리핑이 있은 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파병됐고 북한군 부대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또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탄약, 탄도미사일을 공급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그 대가로 푸틴은 북한에 군사 기술과 국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기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