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지지 안한다고?"…워싱턴포스트, 3일만에 구독자 20만명 잃었다

전체 구독자의 8% 줄어…"지금 시대의 양극화 보여주는 것"
이번 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에게만 피해 준다는 지적도

워싱턴포스트 뉴스룸.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5일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구독자가 20만 명이 급감했다.

미국의 전국 공영 라디오(NPR)는 해당 사안을 아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WP의 온라인 구독자 20만 명 이상이 28일(현지시간) 낮까지 구독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WP의 온라인 및 신문 구독자 250만 명의 8%에 해당한다.

구독을 취소한다고 해서 즉각 계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구독 취소는 28일 오후까지 계속 늘고 있다.

WP 대변인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WP의 전 수석 편집장인 마커스 브라우츨리는 "어마어마한 숫자"라며 "문제는 사람들이 왜 그 결정을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우츨리는 대량의 구독 취소 사태가 "우리가 사는 시대의 양극화와 이런 이슈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에너지"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사람들에게 이런 감정에 따라 행동할 이유를 줬다"며 사람들에게 항의의 표시로 구독을 취소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구독 취소가 이번 결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일반 기자들에게만 피해를 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나 나탄슨 WP 기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구독을 취소하는 것은 우리의 일을 할 능력을 해치기만 한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당신들의 분노를 드러내는 또 다른 방법은 편집자에 편지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기자들이 내린 것이 아닌 WP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의 압력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0년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대부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온 WP의 이번 결정은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WP에 기고를 해온 편집자 로버트 케이건은 즉각 사임하겠다고 밝히며 "우리는 사실 도널드 트럼프가 무엇을 할지 두렵기 때문에 그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다"라며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는 구독자 감소 우려로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언론 매체들이 줄고 있다. WP와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USA 투데이가 특정 후보 지지를 안 하기로 하면서 미국 5대 신문사 중 특정 후보를 지지한 신문사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뉴욕타임스(NYT)뿐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2016년과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한 신문사가 각각 240곳, 120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를 지지한 신문사는 80곳에 불과하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신문사는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