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대선 후보 지지 포기는 베이조스 압력 때문"

소식통들 "베이조스 전용 섬에서 회의 후 이같이 결정"
WP 편집위원·독자·출신 언론인 대부분 결정 반대 표명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2017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의 유력 진보지 워싱턴포스트(WP)가 앞으로 미국 대선 후보 지지 표명을 하지 않겠다고 한 배경에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문의 여론 섹션에 대한 논의 중 베이조스가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익명의 소식통 4명은 지난 9월 말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윌리엄 루이스 WP 최고경영자(CEO)와 편집장인 데이비드 시플리는 베이조스의 집이 있는 마이애미의 비스케인만 전용 섬에서 45일도 남지 않은 대선에 대해 회의했는데 이 회의가 끝날 무렵 베이조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미 편집위원회가 써놓고 최종 승인만 기다리던 추천 초안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 정례회의에서 시플리 편집장은 대통령 후보 추천을 없앤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결정을 지지하는 참석자는 거의 없었고 몇 명은 자신의 이름으로 반대 성명을 쓸 공간을 달라고 했지만 채택되지 않고 회의가 끝났다. 그러고는 정오께 이 결정이 전체 보도실에 전송됐다.

그 후 루이스 CEO는 자사 칼럼을 통해 WP가 이번 선거를 포함해 앞으로 어떠한 대선 후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시절을 언급하며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NPR이 처음 보도해 알려지면서 대선 후보 지지 중단에 항의하는 독자들의 메시지도 빗발쳤다. 이에 WP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비닛 코슬라는 직원들에게 WP가 쓰는 실험적 인공지능 도구가 이 결정에 대한 독자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언론계에서도 반발이 일어났다. 전 WP 편집자 마틴 배런은 X에 "민주주의를 희생양 삼은 비겁함"이라고 비난했다. 20년 이상 WP에 기고한 편집자 로버트 케이건은 즉각 시플리 편집장에게 사임 이메일을 보냈고, 인터뷰에서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에게 "분명히 선제적 호의를 구하는 신호"라고 꼬집었다. WP 출신의 전설적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도 이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베이조스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선거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수년 동안 소셜 미디어에서 여러 차례 충돌해 왔다. 2019년 아마존은 1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놓쳤는데 베이조스는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 때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고소했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아마존과 그의 항공우주 회사인 블루 오리진 등 여러 기업은 여전히 수익성 높은 정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정기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 경영진은 지난 25일에 트럼프를 만났다. 블루오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과 34억 달러 규모의 달 착륙선 건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