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강달러 美 대선 이후도 지속…환율, 변동성 완화 중점"
IMF·WBG 연차총회 뒤 특파원 간담회…"미 재정적자 확대, 통화정책에 악영향"
"가장 큰 불확실성 미 대선 꼽아"…'제2 플라자합의' 가능성엔 부정적 견해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강(强)달러 현상이 미국 대선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면서 이에 대비한 통화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에 참석한 뒤 특파원단과 만나,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승리하든 간에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재정적자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물가가 안정되면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재 미국은 전 세계에서 '나 홀로 호황'이라고 할 정도로 좋다"면서 "이로 인해 금리를 낮추는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고, 특히 (대규모 정부 지출이 필요한 공화, 민주 양당의 선거 공약 등을 고려하면) 미국 대선 이후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고 오히려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 2024년 9월) 연방 재정적자 규모는 1조 8000억 달러(약 2500조 원)에 달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4%에 해당하는데, 경기침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로 시장에 인식된다.
내달 5일이 선거일인 미 대선에서 격돌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선거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미국 재정적자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
재정적자의 증가는 국채발행과 금리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강달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업 재건과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약달러를 원하지만, 관세율을 10%로 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와 같은 대선 공약은 강달러를 부추긴다.
미국의 높은 관세는 경제 규모에서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 같은 국가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쳐 통화가치를 떨어트리고 상대적으로 달러는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재정적자가 계속 커지면 미국 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고, 통화 정책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라면서 "(고관세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예전 '플라자 합의'처럼 미국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는 논의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미국의 리더십이 확고한 상황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며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는 등 급등한 환율과 관련,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이 총재는 "특정 수준을 타깃하기보단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율이 박스권을 너무 빠르게 벗어나면 환율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마진콜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는 환율에 재차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런 문제가 안 생기게 스피드를 조절할 필요가 있고, 마이크로 자료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미국 경제가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호황인 상황과 관련한 이유를 찾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의 생산성 유지율이 좋았다면서 그 이유로 해고가 상대적으로 쉬운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유리했던 것 아니냐는 견해, 또 보조금을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준 미국이 고용 유지에 초점을 뒀던 유럽에 비해 생산성이 부족한 산업으로의 인력 이동을 용이하게 했다는 견해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과 기술혁신에서 미국이 유럽 등에 비해 앞서고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는 요인이란 분석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이번 총회에서는 성장률 유지와 관련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는 미국 선거 결과를 꼽았다"라면서 "누가 되든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양국 간 갈등은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관세가 오르면 어느 국가가 큰 피해를 보느냐는 논의도 있었고, 한국이 그중 하나로 언급됐다"면서 "한국은 중국과 여러 산업분야에서 경쟁하는데, 중국이 더 많은 관세를 받으면 한국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의 경우 미국의 관세 인상을 대비해 즉각적인 대응할 수 있도록 법 체제도 바꾸고 있다고 했다"면서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인해 국가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사태, 전 세계적인 국가부채 증가,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 및 보험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현실 등도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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