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 편집장, 사주가 해리스 공개 지지 막자 사퇴

"트럼프 비판해 왔으니 논리적으로 해리스 지지할 차례"
사주 "편집국의 결정"…특정 후보 공개 지지하는 신문사는 줄어

지난 1월 18일 찍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본사의 모습. 2024.01.18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신문사인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의 사주가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거부하자 이에 반발한 편집장이 사표를 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마리엘 가르자 LA 타임스 편집장은 언론 비평지인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JR)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침묵하는 것이 괜찮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편집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가르자 편집장은 사임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양심의 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위험한지, 왜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은지, 그리고 그의 정적(政敵)을 감옥에 가두겠다는 위협을 다뤘으니, 논리적으로 우리가 취할 다음 단계는 (해리스에 대한) 공개 지지였다"고 말했다.

가르자 편집장은 두 번째 이유로 지난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민주당 쪽으로 돌아선 LA 타임스가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독자들이 수상하게 여길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LA 타임스는 2016년 대선과 2020년 대선에서 각각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었다.

가르자 편집장은 사직서에서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신문이고 전국에서 가장 큰 신문 중 하나인 곳이 이렇게 중요한 선거에서 누군가를 지지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 솔직해지지도 않는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LA 타임스의 사주인 패트릭 순시옹은 X(옛 트위터)에서 "편집국은 각 후보가 백악관에서 내린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정책적 결정과 그 결정이 어떻게 국가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사실적 분석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반박했다.

순시옹은 또 "편집국은 각 후보가 내건 정책과 계획,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4년간 국가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줄 것을 요구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통해 어느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한지 독자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분명하고 비당파적인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순시옹은 "이 길을 택하는 대신 편집국은 침묵을 택했으며 나는 그들의 결정을 수용했다"며 투표하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러자 LA 타임스 노조는 23일 밤 성명을 내고 순시옹이 "부당하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순시옹의 해리스 공개 지지 거부 결정에 대한 우려를 밝히면서 "그 결정의 책임을 부당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A 타임스 노조는 뉴스룸의 진실성을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한 구성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1881년 창간한 LA 타임스는 미국의 5대 신문사 중 하나로 중도 진보 성향을 띤다. 최근 LA 타임스는 적자가 5000만 달러(약 69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지난 1월 115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한편 미국의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는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다. 5대 신문사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올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신문사는 10곳이 채 되지 않는 반면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신문사는 80곳에 가깝다. 다만 2016년 대선에서 240곳의 신문사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고, 2020년 대선에서 120곳의 신문사가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