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직장인들의 번아웃 탈출구 '미니 은퇴'[통신One]
팬데믹 이후 국민 47%,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장기휴가 희망
미니 은퇴 후 직원 업무 만족도 평균 15% 상승…문제해결력도 늘어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장기 휴가를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이른바 '미니 은퇴'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면서, 단순히 짧은 휴가가 아닌 몇 달씩 일터를 떠나 재충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캐나다 인적 자원 전문가 협회(CPHR Canada)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캐나다 기업의 40%에서 장기 휴가에 대한 직원 요청이 급증했다. 또한, 2023년 조사에서 근로자의 25%가 향후 1년 이내에 3개월 이상의 장기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장기 휴가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장기 휴가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근로자들은 자율적인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해 더 긴 휴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한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30대 직장인은 "평소 과중한 업무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팬데믹을 겪으면서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약 6개월간의 무급 휴가를 통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재충전한 후, 업무 복귀 시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직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 교육계 종사자는 팬데믹 이후 휴식과 재충전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며 3개월간의 장기 휴가를 떠났다. 그녀는 "팬데믹 이후 매일 재택근무를 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결국 번아웃을 경험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무급 휴가를 통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며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졌고, 복귀 후에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장기 휴가가 점점 더 보편화됨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건강과 생산성을 고려해 새로운 휴가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CPHR Canada의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기업의 15%가 이미 무급 장기 휴가를 허용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며, 이 비율은 2024년까지 2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술 및 창의적인 직종에서는 직원들의 장기적인 휴식이 업무 효율성과 창의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많다.
장기 휴가가 모든 직장인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휴가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캐나다인의 약 48%가 월급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장기 휴가로 인한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전에 저축 하거나 파트타임 일을 병행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직종의 캐나다인들이 미니 은퇴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있다. CPHR Canada의 조사에 따르면, 장기 휴가 후 복귀한 직원들은 평균적으로 15% 이상 더 높은 업무 만족도를 보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중 30%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개선되었다고 응답했으며, 업무 성과도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번아웃을 방지하려면, 기업은 유연한 휴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팬데믹이 가져온 새로운 일과 삶의 패러다임 속에서 미니 은퇴는 더 이상 소수의 선택이 아닌, 현대 직장인들이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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