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 응급실 7시간 대기…임신부도 외면 당하는 캐나다 의료 사정[통신One]

유산 경험 산모 20%, 의료진의 공감 결여 호소
신속한 치료를 위한 '임신 초기 평가 클리닉' 도입 시급

캐나다에는 임산부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존재하지만, 긴 응급실 대기 시간 문제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심각한 결함으로 여전히 큰 사회적 이슈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임산부들은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더욱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2024.10.16/<출처: 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 응급실의 문제는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은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로 자리 잡고 있다.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응급 환자들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임부들에게 더욱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유산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여성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의학 협회 저널(CMAJ)에 발표된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명확히 드러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임신의 최대 20%가 유산으로 끝난다. 유산을 경험한 많은 여성들이 도움을 받기 위해 응급실을 찾지만, 대기실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며, 종종 의료진의 관심이나 공감 어린 지원을 받지 못한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유산을 겪은 산부들의 경험담은 그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2015년, 임신 10주 차였던 애슐리 모이산은 유산 후 도움을 받기 위해 병원에서 7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대기 시간 동안 그녀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놓였고, 결국 응급실의 한복판에서 유산을 겪는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또한 2022년, 임신 5개월 차에 합병증을 겪은 카린딥 망갓은 병원에서 진통제를 받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렸지만 결국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혼자서 유산을 겪었다. 이런 경험은 여성들에게 단순한 몸의 고통을 넘어 심리적 상처로 남는다.

캐나다 응급실에서는 임신 초기 유산의 흔한 증상인 출혈, 경련, 복통이 중증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환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산모들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 지연을 넘어서 심리적 트라우마와 무관심 속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산모들에게 심리적 불안,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긴 대기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의 공감 부족과 응급실 시스템의 비효율성 역시 큰 원인이다. 유산이나 임신 합병증을 겪는 산모들이 응급실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자원이 낭비된다는 인식 속에 머무르는 상황이 빈번하다. 심각한 증상이 없으면, 산모들은 오랜 시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기다려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해결책으로 임신 초기 평가 클리닉(EPAC)이 제시되고 있다. EPAC는 산모들이 응급실 대신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안으로, 20주 미만의 임부에게 신속한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 클리닉이다. 출혈이나 복통 등의 합병증을 가진 임부들이 응급실에서 긴 대기 시간을 견디지 않고도 민감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온타리오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시행된 연구는 EPAC가 환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임상 결과도 향상시키며 응급실 재방문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EPAC는 캐나다 전역에 보편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어, 많은 산모는 여전히 응급실에서 비효율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모들은 심리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산의 고통을 홀로 견뎌야 하며, 이는 장기적인 정신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많은 EPAC 클리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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