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강타 허리케인 '옥토버 서프라이즈' 될까…물가도 꿈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민심' 동요할까 노심초사…트럼프는 "내년 함께 재건하자"
공급망 헤치며 식료품 등 물가에 악영향, 고용 지표도 악화…"최소 6개월은 영향"

10일(현지시간) 미국 부통령 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스페인어 방송국 유니비전이 주최하는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미 남동부를 연달아 강타한 허리케인이 막판 변수를 일컫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끄는 현 연방정부의 대처 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는 데다, 허리케인 피해로 인해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까지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상륙 당시 가장 강력한 5등급 태풍으로 당국을 긴장케 했던 허리케인 '밀턴'(Miltone)은 1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관통해 대서양을 향해 빠져나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밀턴으로 인해 최소 10명이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대형 허리케인이 잇따라 미국인들에게 큰 피해를 안기면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민심'의 동요를 우려하고 있다.

2주 전에도 허리케인 헐린이 조지아 및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일대를 강타해 230여 명의 사망자와 수십조 원 대의 재산 피해를 안겼는데, 플로리다주도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어젯밤 8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라는 명령을 따랐고, 수색 구조팀이 도움 요청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라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며칠 동안 더 많은 인명피해가 따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주 및 지역의 관리들과 지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은 기자 회견 말미에 한 언론사 기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혹시 전화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지금 나를 놀리는 거냐"라며 발끈했다.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아이젠하워 행정부청사 남부 법원 강당에서 허리케인 밀턴의 초기 영향과 주 및 지방 공무원들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 근거지가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라는 점을 들어 허리케인이 그 지역을 지나갔으니 안부를 물었느냐는 취지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정신 차려야 한다"라고 말하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브리핑에서도 "우리 동료 미국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 위험한 일(복구작업)을 하고 있는데 몇몇은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 행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동부 전역의 피해 복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국가적 재난을 수습해야 하는 연방정부를 이끄는 해리스 후보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며 바라건대 내년 1월 20일(새 대통령 취임일) 이후 플로리다를 내년보다 더 낫은 모습으로 플로리다를 함께 재건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을 올렸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리딩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마친 뒤 춤을 추고 있다. 2024.10.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허리케인은 미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제와 관련한 각종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는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0.1%포인트(p)가량 웃돈 것이다. 상승분의 75%를 주거비(전월 대비 0.2%)와 식료품(0.4%)이 차지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노동시장 단기 전망 수치도 악화했다.

노동부의 별도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5일로 끝난 주에 주 실업 수당에 대한 초기 청구 건수는 허리케인과 파업 등의 영향으로 인해 2023년 8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인 계절 조정 25만8000건으로 3만3000건 증가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경제학자들은 23만 건의 청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애틀랜타 연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허리케인 밀턴과 헬렌의 원투 펀치가 특히 공급망을 흔들면서 최소 6개월 동안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밀턴이 접근중인 미국 프롤리다주 탬파의 거리가 텅 비어있다. 2024.10.09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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