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 전면전 대비하라" 서방 국가들 자국민 대피 분주

레바논서 비행기 40분 거리 키프로스가 대피처 역할
미국·영국·프랑스, 튀르키예 또한 대안으로 간주

26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거대한 폭발이 발생하고 있다. 2024.09.2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의 폭격이 쏟아지는 레바논에서 서방 국가들이 전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국민 철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에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자국민을 안전하게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키프로스와 튀르키예가 임시 대피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레바논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상대로 대피 계획을 마련 중이다.

키프로스는 레바논에서 약 264㎞ 떨어진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베이루트에서는 배로 10시간, 비행기로는 40분이 걸린다.

키프로스는 가자지구에 대한 해양 지원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이며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전쟁을 벌였을 당시 키프로스는 약 6만 명의 피란민들을 수용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향해 지상 침공을 강행할 경우 양쪽의 피란민들이 키프로스로 대거 몰려들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니코스 크리스토둘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우리는 EU뿐 아니라 제3국으로부터도 (대피처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 일을 2006년에도 했으며 다시 할 준비가 돼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도덕적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피의 핵심은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의 군사기지 2곳을 이용하는 것이다. 레바논에는 약 1만 명의 영국인이 살고 있는데, 영국은 키프로스에 함정과 병력 700명을 파견해 이들의 대피를 돕는다.

서방 국가들은 레바논 내 공항을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 항구에서 튀르키예 남부 메르신까지 해상으로 대피할 가능성을 고려해 튀르키예와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사크사키예의 건물들이 이스라엘 폭격을 받아 무너져 있다. 2024.09.2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레바논에는 약 2만명의 프랑스인이 거주하며 약 1000명의 병력이 유엔 평화유지군 임무를 위해 파견돼 있다. 프랑스 국방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10월부터 철저한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프랑스가 미국과 키프로스, 영국, 독일 등과 협력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에 약 5만 명의 자국민을 둔 미국은 아직 주재원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미군에 대피 지원을 요청하지도 않은 상태다. 다만 이 지역에 새로 파견된 미군 병력은 향후 대피 시 조력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프랑스는 약 150명을 대피시킬 수 있는 군함과 그 10배에 달하는 헬리콥터 항공모함이 대기 중이지만, 프랑스 남부에서 레바논까지 가는 데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관들은 짧은 시간에 키프로스에 많은 이들이 도착할 것을 감안할 때 키프로스에서 이동식 탑승교(승객이 타고 내리도록 비행기에 연결되는 다리)를 확보하는 게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유럽 외교관은 "진정한 어려움은 국민들을 레바논 밖으로 대피시키는 데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릴 것이라는 점이며, 또 그동안 이스라엘의 F-35 전투기와 헤즈볼라의 미사일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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