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인텔 인수 추진…성공할 수 있을까?(종합2)
미국은 물론 중국 반독점 당국 허가도 얻어야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국의 유명 반도체 업체 퀄컴이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으로 인텔의 주가는 3.31% 급등한 데 비해 퀄컴의 주가는 2.87% 급락했다.
보통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고, 인수를 당하는 기업의 주가는 상승한다.
퀄컴이 인텔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인텔이 최근 인공지능(AI) 특수에서 소외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퀄컴은 인텔을 인수해 AI 특수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회사였던 인텔은 올들어 주가가 60% 정도 급락했다. 이에 따라 시총도 900억달러로 줄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인텔의 시총은 29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미국은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AI 특수에서 소외되면서 시총이 900억달러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AI 특수에 동참하기 위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퀄컴은 이날 주가가 2.87% 하락했지만 AI 특수에 어느 정도 편승해 올들어 주가가 17% 올랐다. 이에 따라 시총도 1850억달러로 늘었다. 시총이 인텔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인텔이 542억달러, 퀄컴이 358억달러로 인텔이 더 많다.
WSJ은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 정도 규모의 거래는 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양사의 시장 가치를 감안할 때, 690억달러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이후 사상 최대의 기술기업 인수합병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양사의 인수 합병이 미국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미국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자국 반도체 업체 경쟁력 강화에 혈안이 돼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반독점 당국이 양사의 인수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전망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장벽이 남아있다. 바로 중국 반독점 당국이다.
인텔과 퀄컴은 모두 중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도 얻어야 한다.
실제 두 기업 모두 중국의 반독점 당국에 의해 다른 회사 인수 추진이 무산된 적이 있었다.
인텔은 이스라엘의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려다가 실패했고, 퀄컴도 네덜란드의 반도체 회사 NXP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려다 실패했었다.
이래저래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중국 반도체 업체의 굴기에 맞서 미국 반도체 업체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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