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능' 이스라엘에 고민 깊어지는 미국…"전면전 우려 커져"

'삐삐 폭발' 사건 전에도 국방부서 전쟁 불안 고조
레바논 침공 임박 징후는 없어…소규모 작전 가능성도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한 공군기지에서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남부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관련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 제공. 2024.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레바논 전역에서 벌어진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발발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미국은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것을 우려하며 양측에 자제를 촉구해왔지만, 최근 이스라엘이 점점 더 과감하고 위험한 작전을 감행하는 '통제 불능'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폭발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급격히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삐삐 폭발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16일에도 다른 국방부 고위 관리들에게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로켓 공격을 주고받은 끝에 곧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이스라엘-헤즈볼라 갈등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했을 때부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전면전만큼은 막으려고 분주히 노력해 왔다.

양측이 전쟁에 나설 경우 이란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역시 병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헤즈볼라와의 충돌에 집중하며 전면전을 벌일 각오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불안이 다시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폭발 공격 이후 하마스와의 전쟁을 위해 가자지구에 투입됐던 정예부대를 이스라엘 북부로 이동했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우리는 전쟁의 새로운 단계의 시작점에 있다"라며 전면전을 시사한 바 있다.

전면전에 대한 우려는 미 국방부 외에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쟁이 아닌 외교로 전면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있다면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없다"라며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전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당사자들이 갈등을 격화할 수 있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중동특사도 급파해 긴장 완화에 나섰지만 갈란트 장관은 "북부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은 군사 작전뿐이다"라고 말하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번 폭발 공격을 실행하기 직전에서야 미국에 계획을 알리는 등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미국은 이스라엘 내 예비군 소집 등 레바논 침공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침공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실제 작전이 실행되기까지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

이에 사브리나 싱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중부사령부의 관할 구역에서 어떠한 군사 태세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이 주요 군사적 움직임 없이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는 소규모 작전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WSJ은 짚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이 25일 (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으로 들어 가고 있다. 2024.06.2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