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협상 됐다며?…힘빠진 백악관, 버티는 네타냐후 중 승자는

무기 수입국인 이스라엘 눈치보기 계속돼
네타냐후와 신와르 역시 전쟁 지속이 입지에 유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4.07.25.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휴전 협상이 90%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미국 정부가 여러 차례 말했지만 가자 지구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동을 내 집 드나들듯 여러 번 다녀온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말이 공수표가 되기가 여러 차례. 마지막 10%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것은 물론 인질들까지 계속 사망하자 백악관 내부에서도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스티븐 콜린슨 CNN 선임기자는 지난주 "미국은 수개월 동안 신기루를 쫓아다녔다"면서 명백히 희망 없는 목표에 자본을 낭비한 이유와, 상황을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잘못 판단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콜린슨 기자는 "백악관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종식하는 데 정치적 동기와 인도주의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썼다. 우선 휴전은 되지 않은 채 인질들이 더 죽어 나가거나 확전이 된다면 진보주의자와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서 주요 경합 주인 미시간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질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 당의 정신인 민주당이기에 여성과 어린이들이 가장 큰 희생자인 가자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짐이 더욱 무겁다.

하지만 그럼에도 백악관은 아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콜린슨 기자는 단언했다. 바이든은 매우 친이스라엘적인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네타냐후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이스라엘에 미국의 무기를 팔지 말라는 진보층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23년 기준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 순위 9위다.

기자는 그리고 미국이 가자의 교착 상태를 공개적으로 네타냐후 탓으로 돌리는 것은 테러리스트 편을 든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이스라엘에 강경책을 쓸 수 없는 입장이라고 보고 있다. 콜린슨 기자는 "해리스가 네타냐후에 대해 더 강경한 수사를 사용하려는 의지가 있음에도, 이런 정치적 상황 때문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스라엘과의 단교처럼 강경한 정책을 쓰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네타냐후 입장에선 연정이 붕괴하여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면 곧바로 사법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기에 연정 상대인 강경 극우의 비위에 맞게 전쟁이 계속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분석가는 네타냐후가 무방비로 10월7일 당한 하마스 공격이 그의 집권하에서 일어났기에 사법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총리에서 물러난다면 기존의 사기 및 뇌물 수수 혐의와 재판에 더 취약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그의 집권 연합을 전쟁을 계속함으로써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 미국 중동 평화 협상가인 에런 데이비드 밀러는 "네타냐후의 마음속에 있는 핵심 숫자는 거리에서 그에게 항의하는 수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아니라 (연정 의원들 숫자인) 64명"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내에서도 강경파인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 역시 더 많은 민간인이 죽을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반대가 커지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강해진다. 이런 이유로 양측 다 휴전 협상에 급히 나설 강력한 이유가 없는 가운데 백악관만 속이 타고 있다.

미국 언론 악시오스는 지난 8일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인질 석방 및 가자 휴전 협상과 관련한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에 회의적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지금은 힘든 시기"라며 "백악관 인사들은 슬프고 화가 났으며 좌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kym@news1.kr